큰 나무 없어 100ℓ·60ℓ 중소형 크기 생산, 원가 절감 효과
폴리페놀 성분 많고, 황산화도 28%↑…깊고 그윽한 맛 더해져
(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국산 참나무 오크통에서 익힌 와인 맛은 어떨까.
국내 유일의 포도·와인산업 특구인 충북 영동에서 머잖아 국산 참나무통으로 숙성시킨 와인이 나온다.
영동군은 목공 전문업체인 영동오크통제작소(대표 정충호)가 국산 참나무 원목으로 주류 숙성통을 제작해 관내 와이너리에 공급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이 중 10여곳은 올해 담근 햇 와인을 이 통에 담아 숙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 숙성기간이 대개 6개월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내년 초 100% 토종 와인이 시중에 선보인다.
이 업체가 만드는 오크통은 5ℓ부터 225ℓ까지 모두 6종류다. 유럽산의 경우 개당 180만원을 웃도는 225ℓ짜리도 국산 가격은 110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영동군은 토종 와인의 차별화된 맛을 내면서 생산 원가를 줄이기 위해 2년 전 국산 오크통 제작에 뛰어들었다.
U1대(옛 영동대) 와인발효식품학과 최해욱 교수팀에 의뢰해 국산 오크통이나 오크칩(나무조각)을 이용해 숙성시킨 와인에서 폴리페놀 성분이 7%, 황산화도는 28% 높아지는 것도 확인했다.
국산 원목에 떫은 맛을 내는 탄닌성분이 많은 점만 극복해 내면 외국산보다 깊고 그윽한 맛의 와인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긍정적인 분석 결과를 받아든 군은 미니어처 오크통 제작 경험이 있는 정 대표와 손잡고 오크통 국산화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국내에 지름 1m 가까운 대형 참나무가 흔치 않다 보니 원목 확보가 문제였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100ℓ와 60ℓ짜리 중소형 오크통이다.
이 정도 크기는 국산 원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기능이나 숙성효과 면에서 손색이 없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군과 제작소 측은 5ℓ·10ℓ·20ℓ짜리 미니어처 제품도 연이어 선보였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큰 것과 동일한 생산 공정을 거쳐 실제로 와인이나 증류주 숙성이 가능한 제품이다.
군 관계자는 "국산 원목을 사용해 30% 이상 오크통 가격을 낮추면서 차별화된 국산 와인 맛을 낼 수 있게 됐다"며 "미니어처 제품은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는 전국의 10%인 1천323㏊의 포도밭이 있다. 경북 영천·상주에 이어 국내에서 3번째로 포도가 많이 나는 곳이다.
군은 10여년 전부터 '101가지 맛을 내는 와인산업 육성'을 목표로 농가형 와이너리 지원에 나서 43곳을 조성됐다.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은 국 내외 각종 대회를 휩쓸면서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bgi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