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서 에너지장관 지낸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강연서 주장
"2060년, 신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전력 절반도 생산 못 해"
(서울·대전=연합뉴스) 신선미 이재림 기자 = "한국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재고하기를 바랍니다. 한국은 독일의 사례를 따라가면 안 됩니다."
스티븐 추 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과 석좌교수(분자세포생리학과 교수 겸직)는 23일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카이스트 에너지포럼 주최로 열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과학과 정책의 중요성' 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탈원전 정책은 좌파에 의해 정치적으로 결정됐고, 원자력 발전 대신 석탄을 태우며 전기를 만들고 있다"며 "탈원전을 추진한다면서 오히려 환경과 국민 건강에 안 좋은 에너지원을 쓰고 있는 실수를 범했다"고 설명했다.
또 독일 정부가 산업계에는 전기세 혜택을 주고 가정용 전기세는 높게 매기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추 교수는 2009년부터 작년 3월까지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환경팀 수장인 에너지부 장관을 지내며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펼쳐왔다. 1997년에는 레이저를 이용해 원자를 냉각·분리하는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원전과 이해관계가 없는 과학자에게 관련 정책을 묻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추 교수는 "핵폐기물 문제와 핵확산 문제를 생각하면 원자력발전이 비록 완벽한 옵션은 아니지만, 이산화탄소 발생량 등을 따지면 화력발전보다는 낫다고 본다. 대규모 원자로보다는 소형 원전이라면 활용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최근 발생한 지진으로 원전사고에 대한 한국인의 우려가 높은 것도 인지하고 있다면서 그는 "한국의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원전 사고 이후 안전과 관련된 기술력이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2060년까지 원전을 없애고, 모든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할 수 있을지를 묻자 그는 "불가능하다. 그때까지 필요한 전력의 50%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탈원전 의지는 존중하지만, 원한다고 다 이룰 수는 없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추 교수는 일본의 사례도 전했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원전'을 선언한 바 있지만, 추 교수의 조언에 따라 탈원전 정책을 재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원전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한국에 맞는 신재생에너지 전략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은 한국보다 태양광의 세기가 세다. 풍력발전기 보급률이 높은 영국은 평균 풍속이 초당 9.6∼19m인 데 비해 한국은 7∼7.5m 수준이다. 이들의 모델을 그대로 써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신재생에너지 생산비용 안에는 송전시스템, 에너지 저장시스템 등의 비용이 추가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실망스럽다며, 농담 삼아 "다른 대통령으로 바뀌는 것이 내 바람"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추 교수는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과학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원자력발전과 비교하면 화력발전은 사망 470배, 심각한 질병 1천 배가량 더 영향을 미친다는 2007년 자료가 있다"며 재생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이 이뤄지기 전까지 원전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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