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무사히 끝난 수능, 남은 대입 전형도 차질 없어야

입력 2017-11-23 19:01  

[연합시론] 무사히 끝난 수능, 남은 대입 전형도 차질 없어야

(서울=연합뉴스) 경북 포항의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 무사히 종료됐다. 1994년 수능이 시작된 이래 시험이 처음 연기되면서 59만 명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혼란과 당혹감을 안겨줬는데 이렇게 큰 사고 없이 끝나 천만다행이다. 포항에서는 수학시험 도중 규모 1.7의 여진이 발생했지만 시험은 중단되지 않았고 별다른 피해도 없었다고 한다. 진앙과 가까워 피해가 컸던 포항 북부지역 수험생들은 남부지역에 새로 마련된 시험장에서 시험을 봤다.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영천, 경산 등 인근 지역에 예비시험장을 준비하기도 했다. 3교시 영어영역 결시율이 10.08%로 작년보다 1.58%포인트 높아져 관심이 쏠렸는데, 지진의 여파라기보다 수시 최저학력기준 적용 대학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경상북도 수능 상황본부가 마련된 포항교육지원청은 전날부터 비상체제에 돌입했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포항에 머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도 각각 연인원 1만8천여 명, 2천300여 명을 투입해 시험장 경비와 수험생 편의 제공 등에 주력했다. 이번에 대입 시험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정부가 기울인 노력을 일본 NHK 방송은 '거국적 지원'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다 온 국민의 성원이 더해져 수능시험이 대과 없이 종료된 것으로 여겨진다.



수능 출제위원장을 맡은 이준식 성균관대 교수는 "학교 교육을 통해 학습된 능력 측정을 위해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했다"며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 중심으로 출제해 고교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1교시 국어와 2교시 수학 영역 모두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약간 어렵게 출제돼 기본적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사상 처음 절대평가가 적용된 영어영역은 비교적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국어영역의 독서유형에 등장한 환율 오버슈팅(시장가격의 단기 급등락)과 정부 경제정책 관련 지문은 독해력뿐 아니라 환율·금리 등 경제학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였고, 디지털 통신 시스템과 관련된 과학기술 지문도 너무 전문적이어서 국어 과목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능시험이 종료됨에 따라 수능 연기에 따라 일주일씩 늦춰진 대학별 수시 논술·면접·적성고사 등이 금주 말 실시되는 등 후속 전형 일정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수능 성적표는 12월 12일 배부되며, 9만 명 이상을 선발하는 정시모집도 내년 1월 6일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교육 당국과 각 대학은 수능이 무사히 끝난 것에 긴장을 늦추지 말고, 나머지 대입 일정이 혼란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수능 연기에 따른 수험생들의 혼란과 불이익이 최소화되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동시에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지진 등 자연재해로 수능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에 대비한 비상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좋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에서는 유사시 재시험 일정을 미리 공지하고, 대학들도 지진 피해 요소를 반영한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고등학교 3년의 성과를 하루에 모두 평가하는 수능 대신 미국의 대학입학 자격시험(SAT)처럼 여러 차례 시험을 보는 방안과 일본의 문제은행 방식 등을 검토했으면 한다. 이번 포항 지진은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실감 나게 보여줬다. 특히 학교 건물의 내진 기능이 주요 시설물 가운데 최하위라는 사실이 부각해 국민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 줬다. 교육 분야의 재난 대비 체제를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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