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추락 생사 넘나들던 50대 기적처럼 회복

입력 2017-11-24 08:00  

크레인 추락 생사 넘나들던 50대 기적처럼 회복

의정부 성모병원 외상센터서 '골든타임'에 수술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아파트 20층 높이의 타워 크레인에서 추락, 중증 외상으로 생사를 넘나들던 50대 남성이 기적처럼 회복했다.

사고 현장과 가까운 곳에 의정부 성모병원 외상센터가 있었고 '골든 타임'에 맞춘 협진이 신속하게 진행돼 가능했다.

의정부 성모병원 외상센터는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가 수술을 받은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24일 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오후 1시 36분께 의정부시내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20층 높이의 타워 크레인이 넘어졌다.

이 사고로 크레인 위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추락, 이 중 3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김씨는 천운으로 크레인 줄에 걸려 바닥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의식이 없었고 119구조대가 도착했을 때는 희미한 맥박만 남는 등 생사를 넘나들었다. 한때 사망자로 잘못 보고될 정도로 심각했다.

사고 소식에 의정부 성모병원 외상센터 의료진이 직접 현장에 출동했다. 20분 만에 응급처치가 이뤄졌고 이와 동시에 센터에는 의료진이 소집됐다.

병원으로 이송되는 동안 김씨의 상태를 실시간 전달받은 의료진은 혈액 확보 등 수술 준비를 마쳤다.

김씨가 병원에 도착하자 의료진은 생명을 유지하는 기도와 중심 정맥관부터 확보한 뒤 수술 전 몸 상태를 진단했다.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여기까지 과정을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이라고 부르는데 의료진과 시설을 갖춘 외상센터에서만 할 수 있다.

진단 결과 김씨의 상태는 겉으로 보이는 손상보다 많이 심각했다. 외상성 뇌출혈, 안면 골절, 척수 손상, 흉골 골절 등 숨 쉬고 있는 자체가 놀라웠다.

그럼에도 골든 타임을 맞춘 덕분에 의료진은 응급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수술 후에는 신경외과 등 11개 임상과의 협진 시스템이 가동됐다.

김씨는 상태가 빠르게 호전돼 조만간 퇴원한다.







김씨는 "필요한 순간 가까운 곳에 외상센터가 있어 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 10월 의정부 성모병원을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로 지정했다. 아주대병원은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다.

권역외상센터는 각종 사고로 다발성 골절 등 광범위한 신체 부위에 손상을 입고 과다 출혈과 같은 심각한 합병 증상을 보이는 중증외상환자를 365일 24시간 병원 도착 즉시 치료하는 시설이다. 전국에 17곳이 있다.

경기도와 의정부 성모병원은 73개 병상 규모의 5층짜리 외상센터 건물을 신축 중이며 내년 1월 완공 예정이다. 현재는 병원에 일부 시설을 외상센터로 이용하고 있다.

조항주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은 "골든 타임을 지켜 중증 외상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외상센터가 국민에게 많이 알려져야 한다"며 "더 많은 중증 외상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권역외상센터 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23일 현재 14만명을 넘었다. 30일 동안 20만명 이상 추천되면 청와대는 답변한다는 기준을 갖고 있다.

k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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