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적·수급 3박자 호재" vs "일부 제약·바이오주 거품"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코스닥 시장이 잠시 숨 고르기를 하더니 다시 급등하면서 800선을 넘보고 있다.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과 내년 실적 개선 기대감, 기관과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코스닥 시장의 급등세를 주도한 일부 제약·바이오주에는 거품이 껴있다는 평가도 증권가 일각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2000년대 초반의 'IT 버블' 때와 닮았다고도 경고한다.
◇ 코스닥 강세 요인은 정책·실적·수급 삼박자
코스닥 지수는 지난 9월에만 해도 650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더니 지난달부터 강한 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해 이달 3일(701.13) 종가 기준으로 700선을 넘어섰고 21일 장중에는 790선마저 돌파했다.
이어 22일에는 1%대 하락하며 다소 조정받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3일 2% 넘게 올라 796.80으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7년 11월 6일(800.92)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마디로 8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코스닥 시장이 이처럼 뜨거워진 것은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코스닥 시장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현과 내년 실적개선 기대, 기관의 '사자' 행진 때문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부인하긴 했지만, 국민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 등이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거론됐다.
기관이 이달 13~15일 하루 3천억원 이상씩 순매수한 데에는 이런 기대감이 깔려있다. 외국인도 발을 맞춰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다.
또 올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코스피 주요 기업의 실적개선이 이슈였다면 내년에는 코스닥 기업의 실적에 시장의 관심이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받고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익 모멘텀과 정책 기대감, 수급 환경 변화 등 3가지로 코스닥 강세 요인을 짚을 수 있다"며 "코스피가 올해 40% 증익을 보일 때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이익 모멘텀이 약했는데 내년부터 상황이 바뀐다"고 말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005940] 리서치본부장도 "내년 코스닥 실적 모멘텀이 코스피보다 더 좋게 나오고 기관 포트폴리오가 코스닥을 담기 시작했다"며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이 더 살 것 같다는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 "한미약품 사태 돌아봐야"…바이오주 거품 경고도
그러나 최근 코스닥 시장을 주도한 제약·바이오주에 대해서는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석원 SK증권[001510] 리서치센터장은 "제약·바이오주의 현 주가는 임상이 성공할 것이란 전제를 깔고 올랐기 때문에 버블이 껴있다"며 "실패 확률이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과거보다 환경이 좋아진 것은 맞지만, 시장의 기대처럼 많은 업체가 과연 임상에 성공할지는 의문"이라며 "지난해 9월 한미약품 사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희정 키움증권[039490] 리서치센터장도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일부 종목은 과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특히 티슈진, 신라젠[215600]은 이익을 크게 내는 것도 아닌데 신약 개발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몰려 고평가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물론 바이오주에 대해서도 거품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김재홍 신영증권[001720]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스닥이 급등했지만, 코스피와 비교하면 많이 오른 것도 아니다"라며 "제약·바이오주가 당장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과열이라고 단언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자본시장이 이론으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고 시장에 투입된 자금이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줘 실제로 이익이 더 늘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는 과열이라고만 볼 일도 아니다"라고 현실론을 폈다.
◇ 단기 급등에 조정 가능성…"추가 상승 여력은 있어"
상당수 전문가는 코스닥 시장이 단기간 급등한 데 따라 연내 일시적인 조정을 거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과 실적개선 기대감 등 호재가 살아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 상승 여력은 있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001200] 리서치센터장은 "숫자로 말하기가 쉽지 않지만 코스닥 지수가 2007년에 840까지 올라갔는데 올해 안에 그걸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 과열 징후는 있지만 내년까지 보면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연내 코스닥 상한을 830으로 전망하고 내년 코스닥 등락 범위를 700~950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투자할만한 코스닥 업종으로 정보기술(IT),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은 "내년에는 코스닥에서 상승하는 업종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IT가 여전히 좋지만 생활용품, 헬스케어, 호텔 레저, 소프트웨어 등의 업종도 영업이익 증가율이 좋다"고 설명했다.
박희정 키움증권 센터장은 "코스닥 종목 중 아직 중국 관련주와 IT는 과열이 아닌 듯하다"며 "이들 종목은 제약·바이오주보다 적게 올랐고 내년에도 전망이 좋다"고 강조했다.
최석원 센터장은 과열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위험 관리 요령으로 분산 투자를 제시하면서 "코스닥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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