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연기 과정에 고통과 진통 많았으나 결국 잘한 것 같다"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시험이 무사히 끝나 다행이고 보람을 느낍니다. 그 이상 바랄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경북도 수능 상황본부장을 맡은 김준호 경북도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2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뒤 푸석해진 얼굴임에도 밝은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0여일 동안 말 그대로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다.
그와 경북도 수능 상황본부원들은 애초 수능 예정일이던 지난 16일 전부터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철저한 관리를 위해 준비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강진이 일어나 큰 피해가 났다.
수능을 하루 앞둔 터여서 수험생과 학부모 혼란은 극에 달했다. 일부 수능 시험장을 비롯해 포항 학교도 큰 피해가 났다.
수능을 연기해야 한다는 학부모 전화가 빗발쳤다.
결국 정부는 경북도교육청과 포항 학부모 의견을 받아들여 우여곡절 끝에 15일 밤에 수능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김 본부장은 "연기하는 과정에서 고통과 진통이 많았다"며 "애초 수능 예정일인 16일에 여진이 왔던 만큼 결과적으로 보면 연기하기를 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능을 연기한 이후에 김 본부장은 더 바쁘고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시험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포항 27개 고교 교장, 고등학교 3학년 부장, 학교운영위원장을 모아 협의했고 의견을 들었다.
이에 따라 포항고, 포항 장성고, 대동고, 포항여고 등 4개 시험장을 남구에 있는 포항제철중, 오천고, 포항포은중, 포항이동중으로 옮겼다.
기존 시험장은 지난 15일 5.4 규모 지진 진앙과 가까워 수험생이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뒤에도 그와 상황본부원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주, 영천, 경산에 예비시험장을 마련하고 학생 이동수단을 짜는 등 각종 계획을 세우는 데 온갖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그와 상황본부원들은 집에 들어갈 사이도 없었고 밤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이렇게 포항 수험생에게 전 국민 관심이 집중하자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이 포항에 상주하다시피 했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22일 밤부터 포항에 머물렀다.
김 본부장은 "수험생들은 이제 시험이 끝났지만 관리하는 우리는 아직 답안지를 보관했다가 내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보낼 때까지 긴장을 풀 수 없다"며 "내일 저녁에는 상황본부원들이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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