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에서 5% 돌파…무명배우 주인공 캐스팅, 감옥 안 생활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소재가 신선하고 배우들 연기 좋고 이건 반전에 반전이니 안 재밌을 수가 없네"(네이버 아이디 'tpal****')
"수요일엔 솔직히 재미없었는데 어제부터 진짜 재밌었음 배우들 연기가…너무 잘해"('zz_1****')
"응답하라가 사랑받은 건 위로가 됐기 때문인데 이번엔 그냥 드라마를 만든 듯. 지금 응답하라 시리즈가 딱 필요한 땐데. 1회보단 2회가 나았으니 좀더 지켜볼일."('hb21****')
문제적 드라마의 탄생이다.
2회 만에 시청률 5%를 넘겼다. 난다긴다하는 스타들도 5%가 어려운 세상에서 무명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런 성적을 냈다. 심지어 무대가 감옥이다. 운신의 폭이 좁디좁은 한정된 공간이자, 전혀 아름답지 못한 무대다. 그런데 시청자가 채널 고정을 했다. 심지어 첫회에 대해 "재미없었다"는 반응이 대세였음에도 시청자는 기대를 접지 않고 2회를 지켜봤다.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지난 22일 1회 4.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로 출발해, 23일 2회에서 5.4%를 기록하며 지상파 3사에 '경계경보'를 울렸다.
◇ '응답하라'의 후광? 신원호 PD의 힘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을 연속 히트시킨 신원호 PD의 신작이다. 예능계 나영석 PD처럼, 신원호 PD도 '응답하라' 시리즈로 인해 그 이름 석자만으로 믿고 보는 드라마 PD가 됐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1, 2회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 역시 신 PD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큰 몫을 차지했다. '응답하라 1988'로 tvN에서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만들어낸 신 PD의 이야기와 연출에 대한 믿음은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줬던 재미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은 두근대는 마음으로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첫회를 지켜봤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첫회는 지루하고 밋밋하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뤘다. 감옥이라는 공간이 주는 불편함과 스타플레이어 하나 없는 저예산 독립영화 같은 출연진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신원호 PD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시청자는 좀 더 지켜보자는 마음에 2회도 다시 '본방사수'를 했고, 그 덕에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지상파도 쉽지 않은 5%를 2회에서 바로 넘어버렸다.
◇ 무명배우들 전진배치…반전의 블랙코미디로 승부
'슬기로운 감빵생활' 1~2회 등장인물 중 유명배우는 정경호와 성동일 뿐이다. 그런데 이들이 주인공도 아니다. 유재명도 나왔지만 스쳐 지나간 정도다. 나머지는 무명이다. 주인공도 무명이다. 박해수. 얼굴을 한두번 본 것도 같기도 하고, 생전 처음 본 것 같기도 한 배우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인기가 반가운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너도나도 이름있는 스타를 캐스팅하기 위해 혈안이 된 현실에서 신 PD는 애초부터 스타에 관심을 두지 않고 연기력 있는 배우를 물색했다. 박해수는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와 '푸른바다의 전설'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TV에서는 무명배우와 다름없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도 스타 캐스팅에 연연하지 않았던 신 PD지만 박해수의 캐스팅은 파격 그 자체였다.
게다가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여느 스타가 출연하는 작품처럼 제작비가 많이 투입됐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지상파 드라마였다면 제아무리 신원호 PD라고 해도 박해수 캐스팅은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신 PD는 박해수를 비롯해 감옥 출연진 모두를 무명배우로 캐스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한 승부는 반전의 블랙코미디와 조화를 이뤄 신선함을 주고 있다. 이렇다 할 충격요법 하나 없고,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 하나 없지만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감옥생활의 사실적인 묘사와 허를 찌르는 반전의 잇따른 배치로 조용하면서도 날렵한 잽을 훅훅 날리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한없이 푸근하고 코믹했던 '아빠' 성동일이 악덕 비리 교관의 얼굴을 드러내고, 한심한 한량인 줄 알았던 야구 광팬이 알고 보니 방송사 탐사보도 기자였다는 사실 등이 "이거 봐라~" 싶은 재미를 안겨준다.
◇ '탈옥'이 아닌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야기
코미디가 아닌 다음에야 감옥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즐거울 리 만무하다. 톱스타 지성이 열과 성을 다했던 SBS TV '피고인'이나 세계적으로 히트한 '프리즌 브레이크', '쇼생크 탈출'처럼 탈옥하는 스토리 정도가 나와줘야 감옥 이야기는 보는 줄 알았다.
하지만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야"라는 대사를 반복적으로 흘리면서 감옥 이야기를 현란한 어드벤처 무비가 아니라, 매일의 일상이 반복해서 펼쳐지는 현실적인 드라마로 그리고 있다.
그런 이야기가 시장성이 있겠는가 싶지만, 시청자는 이 생경하고 독특한 이야기에 호기심을 보이고 있다. "백마탄 왕자가 등장하는 드라마보다 훨씬 재밌다"('still****') 등의 반응이 나온다.
캐릭터 하나하나에 정성스럽게 생명력을 불어넣고, 그런 캐릭터들 간 관계 설정에서 재치를 발휘하는 신 PD의 힘이 작용한 덕분이다. 주인공이 미국 메이저리그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 직전 감옥에 갇힌 야구 스타라는 설정 역시 호기심과 감정이입을 이끄는 매력적인 요소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구치소, 교도소 세트를 사실적으로 제작하느라 미술비를 많이 투입했다. '응답하라' 시리즈 때는 그때 그 시절을 재현하느라 공을 들였던 신 PD는 이번에는 '디테일의 왕'답게 사실적으로 감옥 세트를 제작했다. 세트뿐만이 아니다. 내용 자체도 실제 감옥 안에서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평가다.
고작 2회가 방송됐지만, 이 드라마가 끌어내는 독특한 반응이 하나 있다. 절대로 감옥을 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꿀잼인데 교도소 넘 무서워요 착하게 살아야 될 듯"('heeh****') 등과 같은 의견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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