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지나친 상업화로 비판받는 중국 불교사찰에 대해 중국 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24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종교국, 중앙선전부, 공안부, 국가여유국 등 12개 당정 부처는 합동으로 불교와 도교의 상업화를 단속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불교 사찰과 도교 사원의 비영리 운영을 규정했다.
먼저 두 종교 시설에 상업자본이 개입하는 것을 엄금하고 어떤 조직, 개인도 투자, 주식제, 외국합자, 임대계약, 이익배당 등 방식의 활동으로 경제수익을 챙기지 못하도록 했다.
또 개별 조직, 개인이 불교와 도교를 명의로 내세워 행사를 벌이거나 이익을 취해선 안된다. 불교사찰, 도교사원이 고가의 입장권을 팔아 수익을 챙기거나 종교를 테마를 한 관광단지를 건립하는 것도 금지된다.
시설 밖 야외에 대형 불상 등 조상을 세우거나 투자, 계약 경영받는 것도 금지시켰다.
이와 함께 두 종교시설 관리자와 여행 가이드 등이 어떤 명의로도 관광객, 신도들에게 분향, 기도하거나 점괘를 뽑도록 유도, 협박하는 행위도 엄금했다.
방생(放生)을 이용해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것도 금지된다. 방생 과정에서 각종 법규를 위반해서도, 생태환경을 훼손해서도, 심신의 안전에 위해가 돼서도 안된다.
이번 조치는 각지의 사찰, 사원에서 지나친 상업화 추구로 고가의 향을 팔거나 기부를 강요하고, 방생이 되레 살생으로 변하는 혼란상이 나타나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수년전 증시 상장까지 추진했던 소림사(少林寺)는 불교 상업화의 대표적 사례다. 2000년대부터 쿵후 쇼와 영화 촬영, 기념품 판매 등 수익사업을 확장하고 9개의 자회사와 산하 기관을 두고 온라인 쇼핑몰까지 운영했다.
국가를 상대로 80억 원대의 입장료 반환소송을 제기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베이징(北京) 숭축사(嵩祝寺), 지주사(智珠寺)도 지난 2014년 식당, 숙박업소를 차려 수익을 챙기고 좌룡의(坐龍椅·용이 앉는 자리)를 만들어 관광객들로부터 돈을 받기도 했다고 홍콩 명보가 전했다.
2012년에는 윈난(雲南)성 암천사(岩泉寺)의 '승려'가 관광객에게 2만3천위안의 '공덕금' 기부를 강요한 일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 사찰은 2004년부터 민간업체와 연간 720만 위안 규모의 운영계약을 맺었고, 승려들도 모두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새 지침은 "일부에서 정상적 종교활동 질서를 어지럽히고 청정 장엄한 종교 이미지를 훼손하며, 퇴폐풍조를 조장하거나 권력에 빌붙는 부정행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침은 이에 따라 각급 당정간부가 이 같은 '레드라인'을 엄수하고 종교활동에 참여해서도, 경제발전, 관광촉진, 문화번영을 명의로 종교 열기를 조장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했다.
허룽(何蓉) 중국 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 연구원은 "종교활동의 난맥상에 대해서는 이미 규범과 지침이 입법화돼 있으나 문제는 어떻게 실효를 거둘지, 영리 충동이 팽배한 지방의 경제단체를 어떻게 억제할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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