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부족으로 제구실 못해…위기 발굴 시스템 점검 강화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우리 같은 사람도 도와주나요?"
복지 담당 공무원이 전한 긴급복지 지원을 받은 대부분 사람의 반응이다.
긴급복지 지원 대상자는 복지 혜택을 받은 뒤에야 이 같은 복지 제도가 있는지 알게 될 만큼 잘 알려지지 않아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송파 세 모녀' 사건 등으로 긴급복지 서비스의 구멍이 발견돼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 긴급복지 17년 역사 '여전히 진화 중'
긴급복지 제도는 가구의 주요 소득자 사망, 가출, 가구구성원 질병, 학대, 폭력, 그리고 화재 등으로 갑자기 생계유지가 곤란해졌을 때 단기간 정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2000년 3월 14일 긴급복지지원법 시행령이 의결됨에 따라 시행된 제도로 올해로 시행 17년을 맞았다.
시행 초기에는 '긴급 지원'이라는 취지에 따라 1개월 지원이 원칙이었으나, 생계지원의 경우 최장 6개월까지 지원 기간이 확대됐다.
지원요청 후 3∼4일이면 긴급 지원 담당 공무원의 현장 확인을 거쳐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러한 긴급복지 지원제도는 2014년 생활고에 일가족이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을 통해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법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개정안에는 긴급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지방자치단체장 재량을 확대하고, 위기 가구를 발굴하기 위한 위기 발굴 시스템 점검과 신고의무 확대 근거를 명시해 지자체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주거·교육 지원 등 다른 긴급 지원과 비교하면 엄격했던 생계지원에 대한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주거 지원 기간 상한을 6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했다.
올해 11월 보건복지부는 긴급복지제도 지원 대상자를 주소득자에서 부소득자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전통시장 영세 자영업자 등을 돕기 위해 사업장 화재 등으로 실질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긴급복지를 지원하고, 단전되고 1개월이 지나야 긴급복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없애 단전 즉시 지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의 긴급복지 제도 개선 노력도 잇따르고 있는데, 광주 동구는 최근 범죄 피해자까지 긴급복지 지원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조례를 개정했다.
서울은 겨울철 일시적 실업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위기 가구를 지원하는 '서울형 긴급복지'에 최대 100만원의 주거비 항목을 신설, 4인 가구 기준 최대 200만원의 긴급 생계·주거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 신규 발굴자 지원율 22%대에 그쳐…홍보 부족 여전
긴급복지의 높은 문턱이 조금 낮아졌지만, 긴급복지 안전망에 걸리지 않은 위기가정이 많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자유한국당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이 사회보장정보원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따른 지원현황' 분석한 결과를 보면 복지 고위험 대상자 신규 발굴자 중 불과 22.1%만이 지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사각지대 발굴사업이 대대적으로 시행돼 2015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8차례에 걸쳐 복지 관련 고위험 대상자를 49만8천486명을 발굴했으나, 실제 지원으로 이어진 것은 11만613명에 그쳤다.
근본적으로는 서비스이용자가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다면 제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접근성을 크게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긴급복지 지원의 최 일선에 선 기초지자체는 긴급복지 제도를 안내하는 현수막 몇 장을 내걸 뿐 대부분 별다른 홍보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사정이 어려워 복지지원 상담을 해온 이들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상이 못 되는 이들에 대한 보완적 수단으로 긴급복지 제도가 쓰인다는 내부비판도 나온다.
여기에 일회성 성격의 긴급복지 지원과 이후 다른 복지 제도 연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김상훈 의원은 "긴급복지 신규 발굴자의 최소한 절반 이상은 실제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꾸준히 지표를 개선해야 한다"며 "긴급복지 지원대상에 대한 단체장 재량권이 확대된 만큼, 지원 대상자를 추가 발굴하기 위한 조례 개정과 일선 복지담당자의 발굴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