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뉴기니 정부 집행…폐쇄 불구 안전 이유 이주 거부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파푸아뉴기니의 호주 역외 난민시설에서 퇴거를 거부하던 난민과 망명희망자 수백 명 전원이 현지 당국의 강제 조치에 24일 만에 새 거처로 옮겨갔다.
마누스 섬에 있는 이 시설은 파푸아뉴기니 대법원의 판결로 지난달 31일 공식 폐쇄됐으나, 길게는 4년여를 지내온 수용자들은 현지인들의 폭력행사 가능성과 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신규 대체시설로의 이주를 거부해왔다.
파푸아뉴기니 당국은 마지막까지 퇴거를 거부해온 328명 전원을 24일 인근 대체시설로 이주시키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호주 언론이 보도했다.
수용자들이 촬영한 동영상에는 긴 봉을 들고 퇴거 작업에 나선 사람들이 앉아 있는 수용자들을 일으켜 세워 이동하게 하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 수용자는 폭력이 동원돼 어쩔 수 없이 옮겨가게 됐다는 주장을 폈다.
지난달 말 폐쇄 당시만 해도 약 600명이 남아있었지만, 현지 당국의 지속적인 압력과 회유로 경찰과 이민부 관계자들이 처음 투입된 전날에는 약 370명이 남아있었다. 또 투입 이틀째인 이날 오전에는 328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 이민부도 퇴거 작업의 완료를 확인하면서 폭력이 동원되고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일부의 주장이 "부정확하고 과장됐다"고 부인했다.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이번 강제 퇴거 작업으로 호주의 국제적 평판이 훼손됐다는 일부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많은 나라가 밀항에 대한 호주의 대응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 유엔난민기구(UNHCR)는 강제 퇴거 조치에 유감을 표시하고는 호주가 앞으로 안전과 난민 처리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시설의 폐쇄와 함께 음식과 식수, 전기 공급이 모두 차단되면서 유엔과 국제인권단체, 호주 내 일각의 비난도 거셌으나, 호주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보수 성향의 호주 정부는 선상난민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정책을 굳게 고수하면서 난민을 이웃인 파푸아뉴기니와 나우루공화국에 수용해 왔다. 최근 뉴질랜드가 이들 중 150명을 받겠다고 밝혔으나 밀항업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거부했다.
마누스 섬 난민시설은 2001년 개설돼 2004년까지 운영됐고, 2012년에 재개설됐다. 그러나 파푸아뉴기니 대법원이 지난해 4월 호주 망명을 희망하는 사람을 자국 내에 억류하는 행위는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결국 폐쇄됐고, 군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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