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칼럼니스트와 대화…"왕족 대다수 충성맹세…1천억달러 환수 예정"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모하마드 빈살만(32)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최근 숙청 작업이 오래전부터 준비됐고 체포된 인사 대부분이 혐의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최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모하마드 왕세자를 만나 약 4시간에 걸쳐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했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인터뷰에서 반부패 행동의 권력을 잡으려는 노림수라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된 유명 인사들이 이미 자신과 개혁에 대한 충성을 공개적으로 맹세했다며 "왕족 대부분이 나를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모하마드 왕세자는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부패로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며 "전문가들의 추정에 따르면 매년 정부 소비의 약 10%가 부패로 유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수년에 걸쳐 '부패와 전쟁'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모두 바텀업(bottom-up·상향식) 방식이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권력의 핵심인 왕세자가 주도하는 하향식 작업이 부패를 척결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이번 숙청이 살만 국왕의 지시로 철저히 준비됐다고 설명했다.
살만 국왕이 리야드 지사로 50년 가까이 청백리로 지내다가 2015년 유가가 떨어지던 시기에 왕위에 오르면서 모든 부패의 고리를 끊겠다고 용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아버지가 2015년 초 최상층 부패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라는 첫 번째 지시를 내렸다"며 "관련 팀이 2년 동안 가장 정확한 정보를 수집했고 200명의 명단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체포된 왕자와 갑부 등에게 취한 조치와 관련해 "우리가 모든 파일을 그들에게 보여주자마자 95% 정도는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포된 인사의 1%는 결백을 증명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4%는 부패를 저지르지 않은 만큼 변호사를 데리고 재판에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모하마드 왕세자는 전했다.
그는 사우디 법률에 따라 검찰이 외부 간섭이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검찰이 돈을 얼마나 환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약 1천억 달러(약 108조원)"라고 답했다.
그가 주도하는 사우디 반부패위원회는 이달 초 왕자, 전·현직 장관, 기업가 등 200명가량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여성의 운전 허용 등 일련의 개혁 조치와 관련해선 "우리가 이슬람을 재해석한다고 쓰지 말아달라"며 "예언자 무함마드 시대에 음악 공연장이 있었고 남녀가 어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중동의 히틀러'라고 비난했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유럽의 역사를 보면 유화정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란의 새 히틀러가 유럽에서 일어난 일을 중동에서 되풀이하는 걸 우리는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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