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KBS이사진, 법인카드 유용…전원 인사조치하라"(종합2보)

입력 2017-11-24 18:25   수정 2017-11-24 18:26

감사원 "KBS이사진, 법인카드 유용…전원 인사조치하라"(종합2보)

"총 1천176만원 부당사용 확인…7천419만원도 의심돼"

차기환 448만원·강규형 327만원…핸드폰 사고 애견카페 이용

KBS본부노조 "방통위, 감사원 요구 신속 이행해야"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오수진 기자 = 감사원은 KBS 이사진이 업무추진비(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며 전체 11명 가운데 이미 퇴직한 1명을 제외하고, 10명 모두에 대해 "비위의 경중을 고려해 해임건의 또는 이사연임추천 배제 등 적정한 인사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방송통신위원장에게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KBS 이사진 업무추진비 집행 감사요청사항' 감사보고서를 24일 공개했다.


KBS 이사진 11명 가운데 7명은 구(舊)여권 측, 4명은 구(舊)야권 측 인사로 구성됐다.

파업 중인 KBS 노조는 지난 9월 26일 8명(구 여권 6명·야권 2명)에 대해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의혹'에 관한 감사를 요청했고, 11월 3일에는 보수단체가 나머지 이사 3명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이인호 이사장의 경우 2014년 9월 1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나머지 이사 10명에 대해서는 2015년 9월 1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집행한 업무추진비를 감사했다. 이들은 총 2억7천765만원을 썼다.

업무추진비 한도는 이사장은 월 240만원, 이사는 월 100만원이다.

KBS 회계규정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를 타인에 대한 대여를 포함해 사적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동시에 개인교통비·단란주점 등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상품권 등 선물류 구입과 공휴일 등 사적 사용 의심 시간·장소·업소에서 사용할 때는 반드시 '직무 관련성'을 객관적으로 증빙하도록 못 박고 있다.

감사원은 KBS가 이사진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용도 등에 부당 사용하거나 물품·선물 구입, 사적 사용으로 의심되는 시간·장소 등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데도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법인카드 결제 금액이 3만 원을 초과하면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는데, 제출대상 1천898건(2억4천748만원) 중 87%인 1천653건(2억837만원)의 영수증이 미제출됐다.


감사원은 이사진 9명이 총 1천176만원을 개인 물품(핸드폰·음반 등) 구입, 개인 동호회 활동경비, 단란주점 등 사적용도 등으로 부당 사용한 것으로 확인했다.

또 이사진 11명이 총 7천419만원을 선물구매, 주말 또는 자택 인근 등에서 식비 등으로 사용하고도 직무 관련성 입증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거나 소명을 하지 않아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KBS 이사회사무국은 이인호 이사장과 조우석·차기환 이사 등 3명이 2015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50회에 걸쳐 총 1천493만5천원을 선물구매비로 집행했음에도 선물구매가 직무상 불가피했는지 등 내역서를 제출받지 않았다.

차기환 이사 등 8명은 법인카드로 도서 548권(1천238만5천원)을 구입해 업무추진비를 부당집행했다고 볼 수 있으나, 사무국에서 잘못 설명하는 등 원인을 제공해 개인의 부당집행 내용에서는 제외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개인별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현황을 보면 ▲차기환 이사는 휴대전화기 구매 등 448만8천원의 부당사용이 확인됐고 486만7천원은 사적 사용이 의심되며 ▲강규형 이사는 카페이용 등 327만3천원 부당사용 확인됐고, 1천381만8천원은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두 사람은 구 여권에서 추천한 인사다.

차 이사는 자녀가 다니는 학원 인근 카페, 사무실 인근 카페 등에서 232만 원(318회)을 개인적인 식사비·음료구입비로 사용했고, 또 주말·공휴일에 식사비로 127만8천원(12회)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강 이사는 애견동호인과의 회식비로 87만8천 원(6회), 애견카페 이용 시 음료비 등으로 49만2천원(48회), 개인적 해외여행 시의 식사·음료비로 16만원(8회), 김밥집 등 개인적 식사·음료비로 94만원(152회), 배달음식 값으로 76만7천원(39회), 주말·공휴일 식사비로 326만2천원(63회), 공연·영화관람권 비용으로 301만6천원(24회)을 법인카드로 각각 결제했다.

개인별로는 차기환·강규형 이사의 부정 사용 금액이 가장 컸고, 나머지는 177만9천∼3만1천원까지 부정 사용이 확인됐다.

김경민 이사와 전영일 이사는 '단란주점'에서 총 185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김 이사는 지난달 사퇴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3만1천원을 교통비 등으로 부당사용하고, 2천821만8천원을 배포처가 불명한 선물비 등으로 지출해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KBS 이사진 전원에 대한 인사조치를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요구하는 한편 KBS 사장에게 업무추진비 집행관리를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사적용도로 집행된 업무추진비를 회수하는 등 업무추진비 집행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기관 주의를 요구했다.

KBS 이사진이 조사연구비, 회의수당을 유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감사원은 감사요청사항인 '업무추진비'만 이번에 감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인호 이사장과 고대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82일째 파업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노조)는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법이 정한 감사원의 권한과 의무를 이행한 당연한 결과"라며 "거액의 수신료를 사적으로 유용한 KBS 비리이사들을 그대로 놓아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KBS본부노조는 "KBS파업 사태를 해결할 열쇠는 이제 방통위의 손에 달려 있다"며 "방통위는 감사원의 요구를 신속하게 이행해 비리가 드러난 KBS 이사들을 즉각 해임 제청하라"라고 요구했다.

noanoa@yna.co.kr, sujin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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