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여고→피해아파트→체육관 대피소→임시거처 차례로 방문
이재민 피해복구 대책·지진피해 예방·재난대응책 마련도 약속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포항 강진 발생 9일 만인 24일 포항 현지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진으로 피해를 본 포항 주민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이들의 고충을 듣고 피해복구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점검하는 데 공을 들였다.
대선후보 때부터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강조해온 만큼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으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애초 지진 발생 직후 포항을 방문해 사고 대응 현황 등을 점검할 계획이었으나 지진 여파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면서 이날 현장을 찾았다.
사고 직후 초기 대응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방문할 경우 복구작업에 오히려 방해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현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재민들이 머무르는 대피소인 흥해체육관을 찾은 자리에서 "진작 와보고 싶었는데 총리가 직접 현장 상황을 지휘하고 행안부 장관, 교육부총리 등이 열심히 뛰고 있어서 초기 수습과정이 지난 후 방문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 포항에 도착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강덕 포항시장 등과 함께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며 시민들을 만났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포항여자고등학교였다.
문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지진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큰 걱정이 수능이었다"는 말로 지진 당시 포항 수험생들을 걱정했던 심정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피생활도 하고 여진 때문에 제대로 공부도 못했을 텐데 오히려 역경이 더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며 수험생들을 격려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전체 수험생의 1%도 안 되는 포항 수험생들을 위한 결정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이번 지진으로 붕괴할 위험성이 제기된 대성아파트였다.
문 대통령은 피해주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특별재난지역을 지원하는 체계에 주택 파손과 관련한 내용만 있고 가재도구와 관련한 내용은 없다"면서 "가재도구를 일일이 다 지원할 순 없겠지만, 소파나 냉장고처럼 비싼 것들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성아파트 피해 현장의 복구작업을 지원 중인 해병대 장병, 소방관, 경찰관들도 격려했다.
이후 이재민들이 텐트를 치고 임시거처로 쓰고 있는 흥해체육관을 찾은 문 대통령은 인사말을 먼저 하는 대신 이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들으며 신속한 거처 마련 등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안전진단을 해서 계속 거주하기 힘든 건축물은 하루빨리 철거하고 이주할 집을 빨리 마련해 드리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재난지역이 돼도 반파·전파 주택 지원금이 많지 않다"며 "부족한 부분은 국민의 의연금을 배분해 도와드리고 정부가 가급적 많은 금액을 무이자나 저리로 융자해서 감당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학교·공단 등 다중이용시설 안전점검 후 내진체계 보강 ▲재해 발생 이후뿐만 아니라 재해 예방에도 특별교부금을 쓸 수 있게 하는 법·제도 개정 ▲단층지대 조사 등을 향후 추진 업무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대성아파트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피해복구를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한 뒤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이재민들이 입주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아파트인 장량 휴먼시아 아파트를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입주민에게 따뜻하게 겨울을 나길 바라는 뜻에서 이불세트 등을 선물했다.
이번 방문에서 문 대통령은 지진 이후 침체 우려가 제기되는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로 포항의 특산물인 과메기를 사기도 했다.
휴먼시아 아파트 방문 때 '과메기를 드시고 홍보 좀 해달라'는 부탁을 들은 문 대통령은 서울로 향하기 전 죽도시장을 방문해 과메기 16박스를 샀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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