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혜부터 혜리까지…여배우들, 잇따라 '기자' 변신

입력 2017-11-25 09:00   수정 2017-11-25 09:38

박신혜부터 혜리까지…여배우들, 잇따라 '기자' 변신

수지·천우희 등…"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 창출"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여배우들이 잇따라 드라마에서 기자로 변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아이돌 출신 동갑내기 스타 수지(23)와 혜리(23)가 마치 바통을 이어받는 것처럼 잇따라 방송사 사회부 기자로 나서 더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 드라마에서는 조연이나 단역에 머물렀던 여기자 캐릭터가 어느 순간 주인공의 캐릭터로 올라서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달라진 시대상·여성상의 반영이자, 기자라는 직업이 제약 없이 다양한 사건에 관계할 수 있다는 점이 이야기에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 수지→혜리,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속 기자

수지는 지난 16일 종영한 SBS TV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예지몽을 꾸는 방송사 사회부 기자 남홍주를 연기했다. 예지몽을 통해 미래에 벌어질 사건들을 미리 보고 이를 앞서 예방하거나 발 빠르게 대처하는 캐릭터였다.

그의 바통을 혜리가 잇는다. 혜리는 27일 시작하는 MBC TV '투깝스'에서 뉴스 앵커를 꿈꾸는 방송사 사회부 기자 송지안을 맡았다. '투깝스'는 형사의 몸에 사기꾼의 영혼이 빙의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송지안은 취재를 위해 청소부로 위장하는 등 사건, 사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데, 이 모습이 잠입 수사를 하는 형사와 다를 바 없다.






이에 앞서 박신혜는 2014년 SBS TV '피노키오'에서 방송사 사회부 기자 최인하를 연기했다. 이 드라마 역시 판타지로, 최인하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는 캐릭터였다.

'피노키오'와 '당신이 잠든 사이에' 모두 박혜련 작가의 작품. 박 작가는 두 드라마 여주인공을 기자로 등장시켜 기자라는 직업이 가진 현실성에 상상력을 덧대어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투깝스'의 홍보사 와이트리의 노윤애 대표는 25일 "여주인공을 기자로 설정하면 다양한 사건을 접할 수 있고, 사건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여성 캐릭터 적극적, 능동적으로 변해…자유자재의 동선도 매력"

기자라는 직업은 무엇보다 동선이 넓고 자유자재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는 여성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늘어나는 현실과 맞물려 여주인공의 직업으로 속속 채택되고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이용석 SBS EP는 "드라마 여주인공들을 주부나 한정된 공간에 묶여있는 직업군으로 설정하면 드라마 이야기를 펼치는 데 제약이 있다"며 "우리가 알기에 기자들은 사무실에 머물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이동성 있는 직업이라 작가들이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 EP는 "또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점점 적극적, 능동적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기자들은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할 수 있으니 매력적"이라며 "특히 최근에 검찰, 경찰을 다룬 드라마가 많이 나왔는데 민간인들은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데를 기자들은 오갈 수 있으니 남자 주인공을 검사나 경찰로 설정하면서 여주인공의 직업을 기자로 설정하게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OCN '듀얼'에서도 복제인간인 주인공을 구하고, 그의 정체를 파헤치고 도와주는 역할로 신문사 의학 담당 여기자 류미래(서은수 분)가 등장했다. 어느 정도의 전문 지식과 발로 뛰어다니는 적극성, 사건에 대한 호기심 등을 장착한 캐릭터였다.

또 내년 1월 방송되는 tvN '마더'에서는 고보결이 신문사 새내기 기자로 변신,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 "진실 추구하는 기자에 대한 관심 높아져"

최근 촛불 시위와 대통령 탄핵 등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언론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을 한다는 해석이다. 그 과정에서 '여기자'의 모습도 많이 부각됐다는 것.

천우희는 방송사 탐사보도팀을 다룬 tvN '아르곤'의 여주인공 이연화를 맡아 갈채를 받았다. 판타지 드라마와 달리, 언론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 호평을 받은 '아르곤'에서 이연화는 어렵게 기자가 됐지만 '시용기자'라는 낙인 속에 많은 어려움을 넘어야 하는 인물이다. 멋지기만 한 여기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의 모습을 그려내 감동을 전해줬다.

한 배우 기획사 대표는 "촛불 시위를 겪으면서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며 "언론이 욕도 먹었지만 끝까지 진실을 추구한 기자들의 활약상이 소개되면서 드라마 여주인공 캐릭터로도 자연스럽게 소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르곤'을 홍보한 피알제이의 박진희 대표는 "드라마 주 시청층이 여성인데 이전과 달리 진취적인 캐릭터에 대한 공감도와 대리만족이 커진 것 같다"며 "여기자는 특히 진실을 추구하는 캐릭터라는 점이 호감형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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