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자금으로 쓰여온 정보기관 예산…시스템 개혁이 우선"

입력 2017-11-25 07:00   수정 2017-11-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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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자금으로 쓰여온 정보기관 예산…시스템 개혁이 우선"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출신 김당 '반역의 국정원'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이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특활비 문제를 포함해 국정원 조직과 예산을 파헤친 책이 25일 출간됐다.

1990년대 중반부터 국정원 탐사취재에 매달려온 김당 오마이뉴스 전 편집국장의 신작 '반역의 국정원'(메디치미디어 펴냄)이다.

책은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으로 이어지는 정보기관의 예산과 통치자금 관계를 살피면서 "정보기관 예산은 국가안보 명목 아래 외부 통제를 받지 않는 것을 이용해 정치자금 등 대통령 통치자금으로 쓰였다"고 지적한다.

"먼저 쓰는 놈이 임자인" 정보예산 분석 결과 나타나는 첫 번째 사실은 중정과 안기부는 늘 예산의 약 15% 정도를 통치자금으로 조달했다는 점이다.

중정에서 국보위 창설자금 명목으로 120억 원(중정 예산 800억 원)을 가져와 썼다는 1980년 신군부 핵심 관계자 인터뷰 발언, 1990년대 안기부 감사관실에서 근무했던 정병주 씨의 증언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저자는 1989년 국민투표에 대비해 대기업 모금 시도가 있었던 점을 언급하면서 "박근혜가 전경련을 동원해 미르·K재단에 기금을 출연토록 강요한 일과 판박이다. 모금 주체가 안기부장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비판한다.

'15% 통치자금'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부분이 "역대 안기부 기조실장이 통치자금 '사금고지기'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안기부 시절 '부장은 짧고 실장은 길다'라는 말이 회자했다. 현재 직제로 바뀌면 '원장은 짧고 기조실장은 길다'로 옮길 수 있다.

역대 국정원, 특히 안기부 기조실장에는 늘 최고통치권자 측근이 기용됐고, 이들은 수장이 바뀌어도 그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장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는 '깜깜이 돈'으로 불리는 국정원 예산의 정치권 유입은 언제든지 가능하며, 이제 국정원은 사람의 선한 의지를 믿기보다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는 국정원 예산을 끌어다 통치자금으로 쓰는 일이 중단됐지만, 여전히 국정원 예산은 예비비 명목으로 '은닉'돼 있다.

국정원 통제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국회 정보위조차도 제대로 된 예산심의, 국정감사가 어렵다.

국정원 직원 상조회인 양우공제회의 기금, 이른바 '양우기금'도 개선과 감사가 시급하다는 것이 저자 주장이다.

'양우기금'은 수익 사업을 벌인다는 비판,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위반 논란, 횡령 및 비리로 자주 몸살을 앓지만,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건재하고 있다.

국정원의 비밀주의는 저자가 '숫자와 알파벳의 미로 찾기'에 비유한 조직, 인력 부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밖에 국정원 대북첩보의 실상을 분석하고, 국정원의 진짜 대공수사 능력을 들여다본 내용이 1천 페이지에 가까운 책에 실렸다.

저자는 '반역'을 내건 책 제목을 두고 "국정원이 총구를 국민에게 겨누는 순간 그 조직은 반역집단으로 전락하고 요원들은 반역자가 된다"라면서 "불행히도 우리는 지금 그 참담한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판사는 "국정원의 조직과 예산, 그리고 기능(정보·대공수사·공작)을 이러한 정공법으로 다룬 경우는 과거에도 또 미래에서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소개했다.

968쪽. 3만3천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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