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바이든·워런·해리스·브라운·패트릭 거론되지만 '강력한 스타' 기근
후보들마다 대중성 부족에 약점 있어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지난해 대선에서 정권을 내준 미국 민주당이 2020년 차기 대선에서도 눈에 띄는 유력 주자를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다음 대선 출마를 꿈꾸며 예비경선 도전을 준비하는 민주당 정치인은 무려 30명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모두 확실한 대중성을 갖지 못한 데다 저마다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한다고 가정할 때도 그를 자신 있게 꺾을 만한 '확실한 대항마'가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 전략통들은 신선한 사고와 청사진을 보유한 '뉴 페이스'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한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 등이 거론된 적이 있지만 아직은 시나리오 단계일 뿐이다.
이 같은 현상을 놓고 민주당 내에서는 스타급 정치인이 없는 당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의 전략가로 2008년 당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공보 비서로 일했던 필 싱어는 24일(현지시간) 의회전문지 더힐과 인터뷰에서 "셀린 디옹은 차고 넘치지만 비틀스가 없다"고 한 마디로 평가했다.
셀린 디옹은 캐나다 출신의 스타 여가수로 한때 굉장한 인기를 끌었지만, 영국의 록밴드 비틀스처럼 이른바 '레전드'급은 아니다. 즉 어느 정도 인기 있는 군소 대권 주자들은 많지만, 확실히 대권을 가져올 인물이 없다는 얘기다.
많은 스타급 가수 중에 셀린 디옹을 거론한 것은 최근 민주당의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 여성이 많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도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이 대표선수로 출마했다.
그나마 떠오르던 '다크호스' 중에서도 일찌감치 몰락 기미를 보이는 주자가 나오는 점도 악재다.
최근 '성추행' 혐의가 들통나 코너에 몰린 앨 프랭컨 상원의원(미네소타)이 대표적이다.
현재 민주당 전략통들 사이에서 대권 주자로 자주 언급되는 인물은 6명 정도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여전히 첫손에 꼽힌다. 그는 이미 내부적으로 경선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에서도 '왼쪽'에 서 있는 그의 장점은 충성도 높은 지지자들이지만, 이런 장점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단점은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점이 장점보다 더 커 보이는 이유는 지난해 경선 패배로 입증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중도 성향 유권자까지 품을 것으로 기대되는 온건한 이미지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최근 강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미 정치 자금을 모금하기 위한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가동 중이고, 회고록 북투어도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인의 성 추문이 정국의 중심에 떠오른 것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게 됐다.
바이든은 지난 1991년 흑인 법대 교수인 애니타 힐이 상사이자 당시 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클래런스 토머스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성희롱 문제가 국가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 비판에 휘말린 적이 있다. 당시 상원 법사위원장이었던 바이든은 토머스 대법관 후보의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힐로부터 후일 "제대로 증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최근 힐에게 사과했지만, 힐은 "충분하지 않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평소 여성에게 과도한 신체적 접촉을 한다는 증언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도 차기 주자로 자주 거론된다. 특히 민주당의 여성 정치인 중에는 단연 선두로 꼽힌다.
'트럼프 저격수'로서 전투력과 권력 의지를 보여준 데다 확산 기미를 보이는 성 추문 스캔들이 '여성 대통령' 바람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게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당내에서도 그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고 대선이 열리는 2020년에는 71세의 고령이 된다는 점이다.
또 한 명의 여성인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과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인 오하이오 주의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 데벌 패트릭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도 최근 부쩍 유력 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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