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외교관 부인으로 중동 유적지 발굴 합류해 유물들 가져가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중동의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을 대거 소장하고 있는 한 호주 여성이 고고학계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4일 보도했다.
논란은 최근 호주 일간 '웨스트 호주'가 조안 하워드(95) 씨가 소장한 유물들과 그가 이들 유물을 갖게 된 과정을 전하는 화제성 기사를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웨스트 호주 보도에 따르면 유엔 외교관의 부인인 하워드는 1960~1970년대 중동을 돌아다니면서 고대 유물 발굴 작업에 합류했고 이 과정에서 발굴된 일부 유물을 자신의 집으로 가져갔다.
그가 소장한 유물들을 보면 이집트 미라에 있던 데스마스크, 4만년 전의 것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신석기 시대 도끼 머리, 로마 시대 무기들, 고대 이집트의 동전과 보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신문은 그가 가진 유물들의 가치가 100만달러를 넘는다면서 하워드 부인을 "현실에 있는 툼 레이더",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인디애나 박사에 비유한 "인디애나 조안" 등으로 치켜세웠다.
신문은 "유엔 외교관인 남편 덕분에 하워드가 11년간 시리아, 이집트, 레바논, 요르단,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등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백지수표를 받았다"며 "하워드는 이런 외교관 가족의 자유를 이용해 유물들을 찾아 나섰다. 나중에 이들 국가에서 유물의 외부 유출을 막는 법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에 보도를 접한 고고학자들과 이집트 정부 등이 분노를 표출하면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고고학자인 모니카 하나는 유적 발굴지에서 유물을 빼돌린 "해적 행위"라고 비난하고 이집트 주재 호주대사에게 조사를 요청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집트 고대유물보전위원회 샤반 압델 가와드 사무총장은 호주 언론에 "우리는 이 유물들이 어떻게 이집트에서 불법으로 유출됐는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외교부 역시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호주 AAP 통신이 전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하워드 부인이 국내법 또는 국제법을 어겼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BBC는 보도했다.
문화유산에 대한 불법 거래를 규정한 유네스코 협약은 1970년대 채택됐다.
하지만 유물의 외부 반출을 금지한 이집트의 국내 법은 1880년대 이전에 만들어졌고, 하워드 부인이 다녀간 다른 많은 나라도 1950년대 이후 비슷한 법을 시행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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