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무르시 퇴진 이후 무장세력 대거 유입…모스크까지 공격
최근에도 테러 빈번…2014년 한국 성지순례객 겨냥 테러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반도가 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최소 235명의 생명을 앗아간 모스크(이슬람사원) 폭탄·총격 테러는 시나이 반도가 이집트의 최대 화약고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집트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된 이번 테러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이집트지부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고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번 공격을 감행한 세력에게 "보복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테러 이후 몇 시간 뒤 이집트군이 테러가 발생한 비르 알아베드의 산악지역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시나이반도는 원래 성서 속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시내산(시나이산)이 있는 곳으로, 성지순례객이나 일반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지였다.
지리적으로도 아프리카 대륙과 서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였으나 최근 수년 간 테러가 끊이지 않아 이집트 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시나이반도 북부도시 엘아리시로부터 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도로에서 경찰 차량들이 폭탄·총기 공격을 받아 경찰관 18명이 사망했다.
또 7월에는 시나이반도 북부의 군검문소에서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 공격으로 이집트 군인이 20여명 숨졌다.
올해 3월에는 시나이반도에 거주하는 콥트 기독교도들이 잇따라 피살되기도 했다.
앞서 2015년 10월에는 홍해변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여객기가 시나이반도 북부에서 추락해 탑승자 224명이 모두 숨졌다.
IS는 이 여객기 기내에 폭발물을 설치해 터뜨렸다며 배후를 자처했다.
시나이반도는 2013년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 이후 이슬람 무장세력이 대거 유입되면서 중동 내 지하드(이슬람 성전)의 근거지가 됐다.
IS 이집트지부는 시나이반도 북부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해 온 이슬람 무장단체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ABM)가 전신으로, 2014년 IS에 충성을 맹세하며 IS 지부를 자처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바위투성이의 시나이 반도가 어떻게 테러리스트의 뜨거운 지역으로 됐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3년 7월 이후 시나이반도에서 숨진 군인과 경찰 등 병력만 1천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이집트 정세를 불안으로 몰아가려는 IS에 군대와 경찰이 집중 표적이 됐던 셈이다.
그러나 이번 테러 사건은 민간인, 그것도 기독교도가 아닌 이슬람교도들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모스크 공격은 시나이반도에서 보통 군대와 경찰, 기독교 교회를 공격해온 과격분자들의 전술적 변화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당국은 그동안 시나이반도에서 무장세력 격퇴에 나섰지만 좀처럼 테러를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
시나이반도는 산악지대가 많기 때문에 IS를 비롯한 무장세력이 은신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고 이집트 정부의 통제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나이반도는 6만㎢로 남한 면적의 절반보다 크지만 인구는 140만명에 불과할 정도로 황량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시나이반도의 테러와 관련해 "이집트 대통령이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할 때 과거보다 더 강력한 조치는 무엇이고 어떻게 더 성공할 수 있는지 묻는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나이반도는 한국에 떠올리기 싫은 악몽을 남긴 지역이기도 하다.
2014년 2월 시나이반도 타바에서 한국인이 탑승한 관광버스를 겨냥한 폭탄테러가 발생, 성지순례에 나섰던 한국인 3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부상했다. 당시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단체가 바로 IS 이집트 지부의 전신 알마크디스였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홍해의 휴양도시 샤름 엘셰이크를 제외한 시나이반도 전역을 여행경보 중 '철수권고' 지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철수권고는 긴급한 용무가 아니면 철수하고 여행 계획을 가급적 취소하거나 연기하라는 경보를 말한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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