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공장 권위자' 고자이 도요키 日지바대 명예교수 인터뷰
(가시와<일본 지바현>=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한국은 일본보다 LED 조명 기술이 더 활성화돼 있습니다. 분명 한국에서도 조만간 '식물공장' 붐이 일어나게 될 겁니다."
식물공장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고자이 도요키(古在豊樹) 일본 지바(千葉)대 명예교수는 지난 14일 지바대 가시와(柏) 캠퍼스에서 만나 이렇게 전망했다.
식물공장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정밀센서, 빅데이터 분석기술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야채와 과일 등을 재배하는 시설이다.
LED 조명의 파장을 비롯해 시설 내 온도, 습도 등을 최적의 상태로 공급해 영양분이 높고 맛이 좋은 작물을 단기간에 재배할 수 있다.
이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은 자연재해와 농촌 고령화 등으로 전통적인 농산물 생산 방식이 한계에 직면하자 1970∼80년대부터 일찍이 식물공장 산업에 눈을 떴다.
특히 2009년 정부가 기업들의 식물공장 분야 진입 장벽을 낮추고 관련 보조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식물공장이 크게 늘었다. 일본시설원예협회에 따르면 일본 내 식물공장은 400여 개에 육박한다.
일본 식물공장연구회 이사장이기도 한 고자이 교수는 30년 넘게 연구에 몰두하며 일본 안팎에 식물공장 기술을 전파한 권위자다.
그는 "식물공장은 최소한의 자원을 투입해 수확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가령 노지에서 작물에 비료를 뿌리면 절반 정도만 흡수되고 나머진 하수로 배출되지만, 식물공장에서는 필요한 양 만큼만 비료를 공급하고 남는 건 다시 용액 탱크에 저장하므로 버리는 것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LED 가격이 점차 저렴해지고 있으므로 식물공장이 보급되면 작물 재배 시 전기 요금과 인건비가 최대 30% 절감된다고 덧붙였다.
식물공장이 농업은 물론 LED 응용산업 분야로도 주목받으면서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네덜란드,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주로 상추, 시금치, 토마토 등이 재배되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은 화장품 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당귀 등 약용작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의 농업 진출에 대한 불편한 시선과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점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식물공장 분야는 사실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태다.
고자이 교수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급격히 투자액을 늘리고 있어 내년이면 더 발전된 형태의 식물공장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이라며 "한국도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식물공장이 아직 이렇다 할 성공사례가 없다 보니 일본 내부에서도 사업성에 대해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높은 생산비가 가장 큰 이유다.
고자이 교수도 과거 발표한 논문에서 식물공장 진출 기업의 75% 이상이 적자 상태라고 밝혔다.
이는 식물공장에 거부감을 가진 국내 농업계가 앞세우는 반대 논거로도 종종 인용된다.
이에 대해 고자이 교수는 "많은 기업이 적자 상태인 것은 맞지만, 점차 바뀌는 추세"라며 "이미 투자 기업의 30% 정도는 흑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T 기업은 100개 가운데 성공하는 건 1개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이익을 낸 기업 비중이 30%라는 것은 산업적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격 경쟁력에서도 일반 작물을 이길 수 없다는 의견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휴대전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고가여서 비싸고 쓸모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했지만 널리 보급되고 대량 생산되면서 가격도 급격히 내려갔다"며 "농업은 1만년 역사를 지닌 산업인데 비해 식물공장 기술이 본격화된 건 고작 10년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 재배에 대한 소비자 거부 반응이 있을 것이란 지적에는 "밀폐된 무균 재배환경에서 작물이 자라기 때문에 미생물이 현저히 적어 오히려 신선도가 더 오래 유지된다"며 "일본에서도 건강에 나쁘다, 비싸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이제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더 맛있다는 소비자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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