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와 유산 부정한 잘못된 세속주의" 비난 쏟아져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가톨릭 전통이 강한 이탈리아에서 학생들의 교내 기도를 금지하고, 학교에서 성모상을 치워버린 한 초등학교 교장의 행동에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시칠리아 섬 팔레르모의 라구사 몰레티 초등학교의 니콜로 라 로카 교장은 이날 교사들에게 안내문을 발송, "더 이상 식사 시간 전이나 수업 시작 전에 아이들에게 기도를 시켜서는 안된다"고 지시했다.
그는 동시에 학교에 있던 성모 마리아 조각상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을 비롯한 가톨릭 상징물들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공간으로 치워버렸다.
그러자 상당수 학부모들이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고, 정치인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집권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아도아르도 파트리아르카는 "이는 우리의 유산과 뿌리를 부정하는 잘못된 세속주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브리엘레 토카폰디 교육부 차관도 이탈리아 교실과 기타 공공 건물에 부착된 십자가가 종교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2011년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을 언급하며 해당 학교 교장의 결정은 상식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 로카 교장은 이에 대해 조각상들을 치우기로 한 것은 학교에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조각상들이 놓여 있는 것에 불만을 제기한 일부 학부모들의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며 "만약 거대한 불상이 학교에 있다면 역시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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