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양국군 관계 사상 최고수준"…군사협력 강화 강조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이 미얀마를 고리로 미국에 '대립각'을 분명히 하고 있어 보인다.
미국이 미얀마 내 로힝야족 사태를 '인종청소'로 규정하며 미얀마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가진 군부를 겨냥한 표적제재를 시사하자 중국은 오히려 미얀마를 두둔하면서 양국 간에 군사협력 강화 의지를 밝히는 등 미국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중국을 방문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이 2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한 것도 이례적이다. 시 주석이 미얀마군 총사령관을 만난 것은, 중국의 미얀마 군부 두둔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이런 행보는 근래 미중정상회담 개최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 포위를 의미하는 '인도·태평양(Indo-Pacific) 전략'을 구사하는 데 맞선 제스처라는 분석이 많다. 아울러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지속하는 가운데 중국은 미얀마를 '우군'으로 만들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26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 주석이 이틀전인 24일 미얀마군 총사령관과의 회담에서 양국군 간 군사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얀마 양국 군사관계는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중국 정부는 양군의 각 영역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지지하고, 양군이 계속해서 양국 관계 발전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얀마의 관계에 대해 형제라는 의미의 미얀마 음차어인 '바오보'(脯波)를 사용하는 등 양국 간 우의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양국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 우려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일관되게 미얀마의 주권과 영토 수호를 존중하고, 미얀마 내부의 평화를 고도로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미얀마와 중국은 가까운 이웃"이라며 "우리는 중국의 장기적인 미얀마의 국가와 군대 건설과 국내 평화에 대한 지원에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한다"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미얀마는 적극적으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참여하길 원한다"며 "중국과 각 영역에서 교류와 협력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까지 나선 중국의 미얀마 '끌어안기' 행보는, 이달 미중정상회담 전후와 그에 이은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전략을 강조한 데 이어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울러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해 이달 15일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외무장관 겸임)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로힝야 인종청소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미얀마 군부를 겨냥한 제재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중국의 미얀마 두둔이 노골화되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은 미얀마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인도를 비롯한 미국·일본·호주 등 인도·태평양전략의 주요 국가를 견제하는 한편 미얀마를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베 일본 총리가 2007년 처음 제시한 것으로 그동안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에 적극적으로 가세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은 일본·인도·호주 등과 함께 남중국해를 축으로 항행 자유와 법치주의를 보호하자면서 중국 봉쇄에 나서자, 중국은 미얀마 등을 적극적으로 우군화하면서 맞서는 기색이 역력하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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