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화 금지' 당부 따라 정부주도 기념행사 전무
쿠바인 "피델은 맘속에"…관영신문들은 추모지면 할애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사망한 지 정확히 1년을 맞이한 25일(현지시간) 쿠바는 오히려 적막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작년 11월 25일 90세로 생을 마감한 카스트로 의장의 유언에 따라 존중되고 있는 원칙이 1주기까지도 견지됐다는 것이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자신을 따로 기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에 따라 카스트로 전 의장의 이름이 새겨진 거리, 광장, 건물, 공공시설뿐만 아니라 그를 기리는 동상이나 기념물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다.
쿠바는 그의 유언을 반영해 우상화 금지법을 제정했다.
동상을 세우거나 공공장소에 피델의 이름을 붙이는 것, 사무실이나 공공기관에 초상화를 부착하는 행위도 법으로 금지됐다.
다만 음악, 문학, 무용, 영화, 시각예술 등에 그를 등장시키는 것은 허용됐다.
AFP통신은 요란한 행사나 겉치레는 없지만 카스트로 전 의장이 쿠바인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듯하다고 보도했다.
쿠바 전역의 거리 벽에서는 "내가 피델이다", "피델은 항상 살아있을 것이다", "우리 중에 피델이 있다" 등의 글귀가 목격되고 있다.
직장생활에서 은퇴한 에메리도(75)는 "쿠바인들은 슬프지만 기쁨도 있다"며 "카스트로 전 의장이 우리 늙은이들보다 훨씬 나은 젊은이들을 남겨두고 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장인 그라디스 가르시아는 "피델 카스트로는 우리 사상, 문화, 사상토론 속에 살아있다"고 말했다.
국영신문인 그란마, 후벤투드 레벨데는 25일 지면의 대부분을 카스트로 전 의장을 그리는 데 할애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이 숨졌을 때 쿠바는 열흘간의 국상 기간을 보냈다.
그는 화장된 뒤 혁명 발원지이자 자신의 고향인 산티아고 데 쿠바에 있는 산타 이피헤니아 묘지에 작년 12월 4일 안장됐다.
카스트로 전 의장의 1주기를 맞이해 열리는 가장 큰 기념식은 아바나 대학에서 청년들이 조직한 '정치문화의 밤' 행사다.
쿠바 정부는 카스트로 전 의장을 추모하는 주요 행사를 전혀 계획하지 않았다.
사회주의 혁명가인 카스트로 전 의장은 1959년 공산 독재정권을 세워 쿠바 총리에 취임했고 1976년 국가평의회 의장직에 올랐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건강이 악화해 2008년 2월 공직에서 은퇴할 때까지 무려 49년 동안 쿠바를 통치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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