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모 "노사정위 복귀"…김명환·조상수 "새 대화기구 필요"
이호동 "노정 교섭이 우선"…'내부 민주주의' 확대 거론도
투쟁 구호 적힌 머리띠 착용 놓고 가벼운 설전도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 "노사정위에 참여하겠다.", "대화는 필요하지만, 노사정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민주노총이 26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제9기 위원장 선거 후보자 합동 토론회에는 김명환(기호 1번), 이호동(2번), 윤해모(3번), 조상수(4번) 후보가 나와 사회적 대화 참여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노조 하기가 좋아졌고, 이번 기회에 대화를 통해 현안을 제대로 풀고 가자는 게 조합원들의 여망"이라며 "노사정위에 복귀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친노동정책을 전개하는 정부와 함께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정부에 끌려가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와 김 후보는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노사정위 복귀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조 후보는 "사회적 여론을 선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사회적 대화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하겠지만, 기존 사회적 대화 기구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노사정위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김 후보는 "현 정부와의 기본적인 관계는 대화와 교섭, 비판, 대안 제시"면서 대통령과 노사 대표 4인, 정부 대표 2인, 국회 대표로 구성된 '신(新) 8자 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이 후보는 노사정 대화보다는 노정 교섭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촛불 항쟁을 통해 태어난 정부답지 않게 노동 관련 프로그램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선 정부와 즉각 교섭할 것이며 이를 통해 노사 교섭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후보자는 재벌개혁의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하고, 위원장으로 당선되면 재벌개혁 문제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공통으로 내놓았다.
이 후보는 "노동자 중심의 재벌개혁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내놓겠다"며 "정부에만 맡길 게 아니라 노동자, 양심 세력들이 힘을 모아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배경에는 재벌 체제가 있었다"면서 "불법 경영 철폐 운동을 통해 재벌개혁의 물꼬를 트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재벌들은 '일감 몰아주기'로 순식간에 재산을 불려왔고 독식 구조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면서 "재벌들과의 투쟁은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재벌 해체 요구는 90년대 초부터 나왔는데 이 같은 주장이 지금껏 나온다는 것은 이 사회가 잘못됐다는 방증"이라며 "재벌개혁과 해체를 주도적으로 요구하고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조합원 참여 확대 등 민주노총 내부의 민주주의 확대 방안에 관한 입장도 피력했다.
조 후보는 "민주노총은 현재 동맥경화에 걸려있다"며 "팟캐스트, 100분 토론, 모바일 조합원 결정 시스템 등을 통해 직접 조합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적어도 30일 이전에 대의원대회를 공지하고 소통을 위한 사전 설명회를 여는 한편 중앙위원회 토론 기능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권역별 대의원 간담회 등을 통해서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중앙조직과 조합원과의 거리를 좁히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도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위원장에 당선되면 조합원 참여가 확대되도록 직선제를 완비하겠다"며 "하의상달·상의하달이 조화롭게 이뤄지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단결·투쟁' 구호가 적힌 머리띠를 매고 나온 이 후보 측이 "왜 다른 후보들은 머리띠를 착용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면서 가벼운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에 조 후보 측은 "민주노총에 대해 투쟁만을 외치고 팔뚝질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며 "더군다나 토론회 자리여서 머리띠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이어 윤 후보 측도 "머리띠를 맨다고 투쟁을 잘하면 항상 그렇게 하겠지만, 현실은 그런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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