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와 한판 대결?…승객이 콜비 1천∼2천원 부담해야
강남역·홍대역서 '단거리 올빼미버스' 운영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가 택시 기사들의 '승객 골라 태우기'를 방지하기 위한 자체 택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승객이 목적지 입력을 하지 않고도 주변 빈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앱이다. 다음 달부터 서울시 택시앱과 카카오택시가 맞붙는 형국이다.
서울시는 26일 택시호출 공공앱 '지브로' 출시를 포함한 '연말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 7대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자체 택시앱을 개발한 것은 승객이 목적지를 입력하는 카카오택시가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우는 용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서다. 카카오택시의 경우 골라 태우기를 하는 택시 기사를 특정할 수 없어 승차거부 처벌도 어려웠다.
다음 달 4일부터 안드로이드폰(아이폰은 내년 4월부터 이용 가능)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지브로'는 승객이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고 주변 빈 택시를 골라 호출할 수 있도록 했다.
택시 기사에게는 승객이 가는 곳이 시내인지 시외인지만 표시된다.
대신 승객은 주간 1천원, 야간(자정∼오전 4시) 2천원의 콜비를 내야 한다.
택시 기사들은 따로 '지브로' 앱을 내려받지 않아도 된다. 택시 내부의 스마트카드사 결제기에 자동으로 호출 프로그램이 탑재된다. 결제기 화면에 콜이 들어왔다는 표시가 뜨면 택시 기사는 수락 또는 거절 버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일단 콜을 수락한 뒤 승객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지 않으면 택시 기사는 승차거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지브로' 시범운영 기간에는 승차거부 처분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러나 작년 말 기준 서비스 가입자가 1천3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택시 이용자들이 얼마나 서울시 택시앱으로 갈아탈지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는 카카오택시와 협의해 단거리 운행을 많이 한 기사에게 장거리 콜을 우선 배정해주는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 역시 승객 목적지를 따져 장거리 콜만 받는 '골라 태우기'를 막으려는 조처다.
손님의 콜을 상습적으로 거부하는 카카오택시 운전자에게는 일정 시간 아예 콜을 주지 않는 벌칙도 적용한다.
강남역, 홍대입구역처럼 승차거부가 집중되는 지역에선 '단거리 맞춤형 올빼미버스'를 운행한다. 올빼미버스는 자정부터 새벽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종로·강남 일대를 오가는 심야 전용버스다.
올빼미 버스를 이용해 일단 택시가 잡히지 않는 강남·홍대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오후 11시부터 오전 4시까지 운행하는 심야 콜버스는 12월 한 달간 운행률을 100%로 끌어올려 18대를 전부 가동한다. 지금은 콜버스 18대 가운데 12∼13대(70%)만 평일 심야 운행을 하고 있다.
자정 이후 택시 타려는 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강남대로와 홍대입구에는 심야 택시 임시승차 대를 설치한다.
또 현재 총 5부제로 시행되고 있는 택시 부제를 12월 한 달간 심야시간대(오후 11시∼오전 4시)에 한시적으로 푼다.
다음 달 1∼22일에는 매주 금요일, 23∼31일에는 매일 부제가 풀린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하루 평균 2천대 이상의 개인택시가 추가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승차거부 단속 인원은 76명에서 230명으로 대폭 확대한다.
강남역, 홍대입구, 이태원 등 승차거부 상습 발생 지역 20곳에서 경찰과 함께 대대적 단속에 나선다.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 택시 기사들이 배후지에 불법 주차를 해놓고 승객을 골라태우는 행위를 막기 위해 장시간 주정차 택시도 집중 단속한다.
서울시는 승차거부 택시에 대한 처벌 권한을 각 구청에서 회수해 직접 처벌에 나설 계획이다.
영등포구가 승차거부 단속에 걸린 택시 85%에 행정처분을 내리는 데 비해 강남구 처분율은 12%에 그치는 등 지금까지는 자치구별로 처분율 차이가 커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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