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한 대학살"…괴한 30여명, 예배당 창문 12곳서 기관총 사격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집트 최악의 모스크(이슬람 사원) 테러 생존자들의 증언과 검경 수사를 통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세력의 잔혹했던 살육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소수의 생존자들은 모스크 안에서 발생한 첫 폭발에 이어 대학살이 자행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을 포함한 현지 언론과 AP통신 등 외신에 전한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정오께 시나이반도 북부 비르 알아베드 지역의 알라우다 모스크에서 이맘(이슬람 성직자)이 금요 합동 예배를 시작한지 몇분이 지났을 때였다.
예배당에는 약 500명의 신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때 예배당의 창문 하나를 통해 수류탄 한 개가 날아 들어와 터졌다. 이 폭발에 따른 진동으로 사원이 크게 흔들렸다.
이 폭발 직후 어른들은 출구쪽으로 한꺼번에 달려가면서 압사 사고까지 일어났다. 일부는 가까운 창문으로 달려가 필사적인 탈출을 시도했고 어린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모스크 바깥에서는 스포츠유틸리치차(SUV) 5대를 나눠 타고 나타난 무장 괴한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25~30명 규모였다.
제복에 복면 차림을 한 이들은 모스크를 포위하고 주요 출입문과 창문 12개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괴한 일부는 출구와 창문을 통해 예배당 안으로 수류탄을 투척한 뒤 내부로 진입했다.
테러범 중 한 명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검은 깃발을 들고 있었다.
현장에 있었던 모하메드 알리는 총탄 2발에 맞고도 살아 남은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 공격은 악랄한 집단 학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무자비했고 나의 3형제도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테러범들은 공격 후에도 모스크 바깥에 주차된 신도들의 차량 7대에 불을 낸 뒤 도로를 가로막고 일사불란하게 달아났다.
이집트 당국은 이번 공격으로 지금까지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최소 305명이 숨지고 128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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