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연구교수에서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정교수로 전격 발탁
"하고 싶은 분야에 열정 갖고 노력하면 기회는 누구에게나 올 것"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올해 연구 성과 세계 상위 1% 연구자로 선정되면서 관심을 끈 아주대 박은정(50·여) 연구교수가 경희대학교 교수로 부임하게 됐다.
경희대학교는 박은정 박사를 동서의학대학원에 영입했다고 27일 밝혔다. 박 교수는 영입과 동시에 바로 정교수로 발령됐다.
박 교수는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뽑은 '2017년 연구 성과 세계 상위 1% 연구자'에 선정된 인물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에서 박 교수 영입을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박 교수의 최종 선택은 경희대학교였다.
박 교수는 "지난 15일에 있었던 '세계 상위 1% 연구자' 시상식 때 이미 경희대학교로 가기로 마음먹었었다"며 "그때 수상자 명단에 있었던 정서영 경희대학교 부총장이 곧바로 '함께 바이오·메디컬 분야 연구를 진행해보자'고 제안을 해와 감격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박 교수는 "아무런 조건을 따지지 않고 경희대학교 측에 오로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며 "강철훈 동서의학대학원 원장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이력서를 내지 않은 상황에서도 학교 측이 거의 채용을 확정 지어 경희대학교로 옮기게 됐다"고 전했다.
박 교수 영입에 공을 들인 강철훈 원장은 "융합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노 독성학 관련 우수한 성과를 낸 박 교수와 함께 고령화 사회·기후 및 환경 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도적 연구를 추진하고 싶어 영입을 결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나노 독성학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박 교수는 결혼·임신·가족 병간호 등으로 학업에 집중하지 못해 41세에 박사 학위를 딴 사실이 알려지면서 '늦깎이 여성 과학자'·'경력 단절 박사'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탔다.
동덕여대 건강관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예방약학을 전공한 박 교수는 본인 스스로를 '비주류'라고 평가한다. 약대 출신이 아니고, '나이가 많은 여성 과학자'라는 이유다.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하는 박 교수의 자가 치료요법은 노트북 ID, 카카오톡 프로필 등에 남아있다. '기죽지 말자', '나는 할 수 있다', '연구에만 몰두하자'와 같은 희망의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박 교수는 "한번은 팔이 마비된 적이 있었다"며 "그래도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뿌듯해 한 번도 연구를 미룬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정교수 채용 확정 통보를 받아 감격에 겨워 남몰래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상황에서도 논문 작성에 신경을 쓸 정도로 그의 연구 열정은 남다르다.
박 교수의 다음 목표는 바로 '노벨 생리의학상'이다.
그는 "나노 독성학은 독성 물질이 연구자의 몸에 스며들 수 있어서 자기희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즐길 수 있는 분야라 만족스럽다. 노벨 생리의학상도 꾸준히 연구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후배 의학자들에게 "본인이 하고 싶고, 잘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뛰어들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온다"며 "한두 번 실패에 좌절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꿈을 위해 좌절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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