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첫 대면…"민정실 '감찰권 남용' 항의로 직원들 위축"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비위를 감찰할 당시 우 전 수석으로부터 직접 불만을 토로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 전 특별감찰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27일 오전 열린 우 전 수석의 재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사건이 불거진 후 두 사람이 법정에서 마주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들은 재판 시작 10분 전 법정에 들어섰지만 서로 아무 말도 주고받지 않았다.
이 전 감찰관은 우 전 수석의 검찰 1년 선배지만, 청와대 근무 당시 우 전 수석의 지시로 국정원으로부터 불법사찰을 당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감찰관이 지난해 7월 우 전 수석의 비위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자 우 전 수석이 국정원을 동원해 이 전 감찰관 뒷조사를 지시하는 등 감찰을 방해했다고 본다.
이 전 감찰관은 이날 법정에서 "민정수석실로부터 감찰에 대해 불편하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이 전 감찰관은 언론에 우 전 수석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 등이 보도되자 감찰에 착수했다. 또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유용 의혹 등에 관한 감찰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 전 감찰관은 민정실에서 정강과 관련해 감찰 착수 여부를 물었고, 정강의 설립 경위 등을 해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병역 특혜 의혹은 우 전 수석이 방어할 수 있으나 정강은 감사나 수사가 개시되면 방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감찰에 착수하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나"라고 검찰이 묻자 "저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전 감찰관은 정강 감찰에 착수했고 이후 우 전 수석으로부터 직접 항의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감찰관은 "당시 우 전 수석이 '선배가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 다음 주만 되면 조용해지는데 성질 급하게 감찰에 착수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냐"는 질문에 "네, 섭섭하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민정실 측에서 '감찰권 남용'이라며 감찰 중단을 요구하며 항의한 것으로 알고 있고, 이 때문에 직원들이 위축됐다고 증언했다.
이 전 감찰관은 우 전 수석이 질문서에 한 장짜리 답변서를 보내는 등 감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처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우 전 수석뿐 아니라 경찰 역시 감찰에 비협조적이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 전 감찰관은 "처음에는 경찰이 협조하려 했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었다"며 "협조했던 직원들이 질책받았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결국, 당시 우 전 수석에 대한 감찰은 조사 기간 연장 없이 마무리됐다. 이 전 감찰관은 "더는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연장을 승인해줘야 하는데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 연장 결정이 허가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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