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 전범들에 대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 기념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7일 내년 11월 도쿄재판 70주년을 즈음해 상하이 자오퉁(交通)대의 주도로 상하이에 도쿄재판 기념관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고 일본 교도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완공 시기는 미정인 상태다.
기념관에는 도쿄재판 관련 자료와 문헌, 사진 외에 당시 재판장에 선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전범들과 재판관, 검찰관을 그린 거대 유화도 전시될 예정이다.
자오퉁대 도쿄재판연구센터 주임 청자오치(程兆奇) 교수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여름 기념관 건립계획을 승인했으며 현재 상하이시 관계 부서가 시내의 적절한 곳에 부지를 선정 중"이라고 말했다.
승전한 연합국의 주도로 1946년 1월 설치된 도쿄 재판에서는 1948년 11월 25명의 A급 전범을 유죄로 인정하고 도조 히데키 등 7명을 교수형에 처했다. 재판관은 미국, 소련 외에도 중국, 프랑스, 영국, 필리핀 등 11개국으로 구성됐다.
기념관 건립은 중국이 전후 평화헌법 체제를 바꾸려 개헌을 추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를 겨냥해 과거사 문제에서 대일 견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기념관이 건립되면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 건립된 '난징대학살 추모 기념관'과 함께 중국 항일 교육의 중요기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현재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대한 일본 각료들의 참배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2차대전 전승국으로서 입장과 전후 국제질서를 주도한 국가로서 위상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기념관 건립은 중국 민간의 애국주의를 고취하고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제시한 '강국 건설'의 분위기를 고양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과거 도쿄재판의 의미를 "일본의 침략전쟁을 유죄로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일본 정부는 1952년 발효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따라 도쿄재판 판결 내용을 인정했지만 일본 극우 보수파는 이 재판이 연합국의 보복적 의미가 크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아베 총리도 지난 2013년 3월 의회에서 "도쿄재판은 연합국 측이 승자의 판단에 따라 단죄했다"며 일본인이 스스로 결산한 내용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청 교수는 "도쿄재판 판결을 대표로 한 전후 국제질서의 인정은 일본이 전쟁국가에서 국제사회로 복귀하는 전제가 된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정치권이 끊임없이 도쿄재판을 부정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상하이시 선전부와 신문출판국의 주관으로 열린 상하이 도서전에 자오퉁대학은 '도쿄재판 회화·도서 전시회'를 특별 테마전으로 설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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