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 주도한 IT·바이오 조정 국면 필요"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조민정 기자 = 국내 펀드시장을 주무르는 대표 펀드매니저들은 최근 코스닥시장 강세를 이끈 바이오주가 '과열' 영역에 진입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28일 연합뉴스가 국내 대표 가치투자가로 꼽히는 4명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현 증시를 진단한 결과 "올해 증시 주도주인 정보기술(IT)주와 바이오는 부담스러워 조정 국면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올해 국내 증시는 반도체·IT주와 바이오주만 올랐다"며 "시장이 보기에 따라선 안 오른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지수에 대해 신뢰를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코스닥시장은 전체적으로나 산업·기업 측면에서 보면 과열"이라며 "급등세를 보인 바이오주가 코스닥의 60% 안팎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도 "최근 바이오주 상승세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따른 수급 개선 기대감이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바이오주 일부는 임상에 성공하면 더 오를 수도 있지만, 확률적으로 높지 않아 일부 종목은 과열"이라고 진단했다.
펀드매니저들은 바이오주가 좀 더 오를 수도 있지만, 장기간 지속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민수아 삼성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은 "현재 바이오주는 전통적인 가치평가로는 설명이 안 되는 방식으로 주가가 오른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바이오 주식들은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국내 바이오주만 오르는 데다 수급상으로 변동성이 커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코스닥 강세는 정부의 코스닥시장 부양 의도가 확실하고 김대중 정부 때의 학습효과가 있어 상장지수펀드(ETF) 위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 선취매 성격이 강하다"며 "현재 열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아 식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재 급등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임상에 모두 성공해 암이 완치될 수 있다는 확률이 높지 않다고 본다면 수급 논리에 따른 상승세가 어디까지 갈지는 알 수 없다"며 "당분간 잡음에 따라 등락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가치투자가는 과거 IT와 태양광, 차·화·정(자동차와 화학, 정유주 강세) 등 주도주들이 거품을 형성했다가 꺼진 사례를 지목하면서 올해 주도주인 반도체와 바이오주가 더 간다고 해도 이익을 거두기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허 사장은 "현 장세는 가치주는 빠질수록 비싸 보이고 성장주는 오를수록 싸 보이는 국면"이라며 "가장 뜨거운 반도체와 바이오는 추세적으로 올라 현재 투자자 입장에선 평가이익을 내기는 쉬어 보여도 매도하지 못해 매매 차익을 실현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특정 업종 내 종목들이 같이 오른다고 해도 다 실적이 좋아지는 건 아니므로 종목 선별이 필요하다"며 "현재 시황이나 분위기에 따라 주가가 춤을 추지만 결국 내재가치로 돌아가게 돼 있다"고 경고했다.
indigo@yna.co.kr,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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