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법무장관 사임…강경 이슬람주의 시위대 요구 수용

입력 2017-11-27 15:36  

파키스탄 법무장관 사임…강경 이슬람주의 시위대 요구 수용

군부 불개입이 분수령…군부·이슬람주의 세력 영향력 강화 전망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파키스탄에서 지난 3주간 수도 이슬라마바드 주요 도로를 마비시킨 강경 이슬람주의 시위대의 요구에 결국 정부가 두 손을 들었다.


27일 현지 일간 돈(DAWN) 인터넷판 등에 따르면 자히드 하미드 파키스탄 법무장관은 이날 정부와 시위대 간 협상 타결에 따라 사임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일부터 하미드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며 이슬라마바드와 주변 도시 라왈핀디를 연결하는 파이자바드 교차로를 점거하고 연좌시위를 벌인 테리크-에-라바이크 야 라술 알라(TLYRAP) 등 강경 이슬람주의 단체들은 곧 해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TLYRAP 등은 지난달 개정된 선거법에서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예언자 무함마드가 이슬람의 마지막 예언자임을 선서하지 않아도 되도록 선서 규정이 바뀌자 이는 이슬람 신성모독에 해당한다며 개정안을 마련한 법무부 장관 해임을 요구하며 수천명이 모여 시위를 시작했다.

하미드 장관은 선서 규정이 바뀐 것은 단순한 기술적 실수였다면서 '무함마드가 마지막 예언자임'을 선서하도록 하는 선거법 재개정안을 상정해 의회에서 통과되도록 했지만, 시위대는 하미드 장관 해임을 요구하며 도로 점거를 풀지 않았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25일 8천500명의 경찰을 동원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지만, 경찰차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대의 격렬한 저항으로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6명이 숨지고 경찰과 시위대 등 200여 명이 다쳤으며 카라치, 라호르 등 다른 도시로 시위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시위대 해산에 군대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군부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세차례 군사 쿠데타가 벌어졌던 파키스탄에서 육군 참모총장을 정점으로 한 군부는 핵무기 관리·국내 치안 유지·반군 소탕·국경 안보 등에서 상당한 실권을 갖고 때때로 정부와 긴장관계를 보인 바 있다.

결국, 정부와 시위대는 이날 새벽 법무장관 사임과 선거법 개정 과정 진상조사, 체포된 시위 참가자 석방 등 시위대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합의안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합의 도출에는 카마르 자베드 바지와 육군 참모총장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시위 사태가 군부의 영향력 아래 정부가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로 일단락되면서 일각에서는 향후 정국에 군부와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ra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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