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다원주의…."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이집트에서 발생한 대형 테러 사건의 희생자가 이슬람 내 수피교도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또 이른바 '수피즘'은 관용과 다원주의를 신봉하는 종파라는 점에서 근래 이슬람의 엄격한 보수주의적 이미지와는 다른 성향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슬람 내에서 근본주의 세력들로부터 공격 표적이 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수피즘이 관용과 다원주의를 신봉하는 종파라면 다른 이슬람 종파는 비관용적이고 비(非)다원적이라는 말인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사지 애틀랜틱은 26일 시나이 테러 사건의 피해자인 수피교도들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서 수피즘은 이슬람을 행하는 한 방식일 뿐이며 자신들을 스스로 수피교도라고 자칭하는 수피 신봉자들은 없다고 지적했다.
신비주의적 교파라는 수피즘은 계율보다는 기도 등을 통한 영적인 체험을 중시하는 신앙 방식이다. 유대교에서도 신비주의파들은 상대적으로 덜 보수적이다.
또 아마도 13세기 종교적 명상 시인으로 유명한 페르시아 출신의 루미가 수피교도라는 점이 수피교의 이미지 형성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틱은 그러나 수피즘을 이슬람 내에서 평화와 사랑, 관용의 신앙으로 분류하기에는 오해가 있다고 지적한다.
20세기 대표적 이슬람주의자로 무슬림형제단을 창설한 하산 알-바나도 수피교단 출신이며 모로코 최대 이슬람 조직인 '아들 왈 이흐사네'의 창설자인 압데살람 야시네도 수피 교도였다고 밝혔다..
또 수피즘이 이단이며 관용적이고 이슬람 율법이나 제례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애틀랜틱은 현재 미국 내에서 '니캅' 착용 등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시행하고 있는 상당수 이슬람 사제들이 수피파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수피즘이 비폭력적이고 평화주의적이라는 지적도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수단의 모하메드 아흐메드, 알제리의 압델카데르 등 자칭 '구세주'라며 19세기 이슬람권의 반란과 학살을 주도한 인물들이 모두 수피교도들이라고 지적했다.
19세기 아프리카 북부에서 지하드 운동을 주도한 이들이 수피교도들이었다는 것이다.
또 근래 시리아 같은 나라에서도 국가폭력을 옹호하며 바트당 독재를 지지한 최고 성직자 아흐메드 쿠프타로도 수피교도였다고 밝혔다.
서방이 수피즘에서 루미의 시만을 생각하지 아흐메드 같은 인물을 상정하지 않는다면서 이슬람 한 종파를 다른 종파에 비해 더 나은 것으로 간주하는 시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스람은 결국 이슬람일 뿐이며 따라서 지난 24일 테러 공격을 당한 수피 사원은 그냥 이슬람 사원일 뿐이라고 애틀랜틱은 지적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