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돌 맞는 국민연금…급격한 양적 성장에도 '갈 길 멀어'

입력 2017-11-28 06:05  

30돌 맞는 국민연금…급격한 양적 성장에도 '갈 길 멀어'

30년새 가입자 2천만명, 운영기금 600조 돌파

사각지대·용돈연금 오명 여전…지속가능성도 해결 과제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공적 노후소득보장 장치로 국민연금이 1988년 정식 출범한 지 내년 1월로 30돌을 맞는다.

비록 다른 선진 복지국가들보다는 길게는 100년 이상 늦게 출발했지만, 시행후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한 세대(generation)를 30년 정도로 잡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은 겨우 한 세대를 거치며 급속하게 몸집을 불려왔다.

하지만 이런 양적 성장에도 '용돈연금'이란 조롱을 들을 정도로 연금액이 적은데다, 많은 사람이 여태껏 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게다가 재원소진 우려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어서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 30년새 가입자 443만→2천167만명, 수급자 1천798명→400만명

가입자수와 수급자수의 증가는 국민연금의 급속한 확장세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국민연금 가입자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제도도입 때인 1988년말 기준 443만명 수준이던 가입자수는 1992년 502만명에서 1999년 1천626만명으로 올랐고, 2005년 1천712만명, 2009년 1천862만명, 2011년 1천988만명 등에 이어 2012년 2천33만명으로 2천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2014년 2천112만명, 2015년 2천156만명, 2016년 2천183만명, 2017년 6월말 2천167만명으로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

1988년 국민연금 시행후 2017년 6월 현재까지 30년 사이에 가입자수는 5배 가까이 늘었다.

국민연금제도가 무르익으면서 수급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서 수급자는 수급연령에 도달해 받는 노령연금 수급자뿐 아니라 가입중 장애로 인해 받는 장애연금 수급자, 유족에게 지급되는 유족연금을 받는 수급자를 모두 합친 개념이다.

제도시행 이듬해인 1989년 1천798명에 불과했던 수급자는 2003년 105만2천명으로 100만명을 넘어서고 2007년 211만명으로 200만명 시대를 열었다.

이어 2011년 301만5천명, 2016년 413만5천명 등으로 치솟고 2017년 6월 현재 428만명에 달한다.

이처럼 가입자와 수급자가 는 것은 공적연금 기능을 강화하고자 노력해온 결과이다.

무엇보다 제도의 포괄 범위를 넓히고자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사각지대를 줄이려고 힘썼다. 애초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제도를 시행했으나, 당연적용 사업장을 단계적으로 넓히고 1995년에는 농어촌지역 주민을, 1999년에는 도시지역 주민을 적용대상에 편입시키면서 전 국민의 연금제도로 거듭난 덕분이다.


◇ 연금기금 규모도 600조원 넘어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

국민연금제도 성숙에 따라 가입자가 꾸준히 늘면서 가입자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와 기금투자로 조성된 연금기금 적립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민연금기금은 1988년 제도 도입때 겨우 5천300억원 규모에 그쳤지만, 1995년 16조1천억원, 2000년 61조6천억원에 이어 2003년 100조원을 넘어섰으며, 이후 2005년 164조원, 2010년 324조원, 2015년 512조원 등으로 커졌다.

2017년 8월 현재는 602조7천억원으로 규모면에서 세계 3대 연기금중 하나로 올라섰다.

이런 적립금 중에서 보험료를 빼고 1988년부터 2017년 8월 현재까지 기금운용으로 거둔 수익금은 288조5천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47.8%에 달해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국민연금이 국내채권 투자 중심에서 주식과 대체투자, 해외투자 등으로 투자 다변화를 지속해서 추진하며 1988년 이후 연평균 5.85%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린 덕분이다.

앞으로 적립금은 2022년 1천조원을 돌파하고 2043년에는 2천561조원으로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 연금급여율 낮고 사각지대 여전…지속가능성도 '빨간불'

이처럼 국민연금의 외형은 커졌지만, 국민의 신뢰도는 생각만큼 높지 않다.

연금 사각지대가 여전히 광범위해 실질적으로 연금혜택을 보지 못하거나 못할 우려가 큰 국민이 많은 데다, 연금을 받더라도 기본적인 노후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급변하면서 보험료를 낼 가입자는 줄어드는데, 연금 받을 수급자는 많아지면서 재정 안정성이 흔들리며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우려되는 탓이다.

적용대상 확대조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가입자중에는 적용제외나 납부예외, 보험료 체납 등으로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많다.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가입자 및 제도 내 사각지대 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 5월 현재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는 2천174만5천719명 중에서 실직 등으로 당분간 보험료를 내지 못한다고 신청한 납부예외자는 393만5천133명이고, 13개월 이상 장기체납자는 102만8천978명에 이른다.

전체 가입자의 22.8%(496만4천111명)가 보험료를 내지 않아 노후에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최소 120개월(10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만 수급연령이 됐을 때 노령연금을 탈 수 있고, 납부 예외나 장기체납 등으로 최소 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그간 낸 보험료에다 약간의 이자를 덧붙여 일시금으로 받을 뿐이다.

그러면 노후 빈곤의 수렁에 빠질 우려는 커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1998년 1차 연금개혁과 2007년 2차 연금개혁을 거치며 노후에 받게 될 소득대체율(연금지급률)이 70%에서 2028년까지 40%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연금수급연령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늦춰지면서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은 급격히 약화했다.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를 책임지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렇게 노후소득 보장이란 연금제도의 기본 기능을 훼손해가면서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자 재정 안정화 노력을 기울였지만, 연금기금 적립금은 2060년 바닥을 드러내며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고갈 시점은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 유희원 부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지난 30년간 걸어온 길은 적정성과 재정안정성이라는 서로 상충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시간이었다"면서 "국내의 경제사회적 여건에 맞춰 유연하게 제도개선 노력을 한다면, 국민연금 앞에 놓인 수많은 난제를 풀어내고 '전 국민 노후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h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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