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켈 정부구성 장기전될듯…협상 간보기도 전 '신경전'

입력 2017-11-28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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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메르켈 정부구성 장기전될듯…협상 간보기도 전 '신경전'

기민당 내부서 내년에 협상 시작 전망…"합의못할 정책 안돼" 견제구

사민 "대화가 대연정 의미 아냐" 신중 기조속 내주 당 대회 주목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유럽 사회에 우려를 안겨 준 독일의 정치적 혼란이 다소 진정기에 들어섰지만, 안정을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립정부 협상 실패 이후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새로운 연정 파트너로 떠오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과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중도우파인 집권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민당 간에는 벌써 신경전이 시작되는 양상이다.

일단 사민당을 붙들어둬야 하는 기민·기사 연합은 협상 기한에 여유를 갖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율리아 클뤼크너 기민당 부대표는 27일(현지시간)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사민당과의 협상이 올해 시작될 것 같지 않다"면서 "다음 주 사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데다, 이어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이다. 논의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민당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내달 7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랄프 슈테이그너 사민당 부대표는 ARD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기민·기사 연합과 대화를 하는 것이 꼭 대연정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차분한 토론을 통해서 정부에 참여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연방 헌법 격인 기본법에서 총선 후 정부 구성을 위한 시한을 두지 않는 점도 양측이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요인이다.

더구나, 현재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 간의 대연정 내각이 여전히 통치를 하고 있는 점도 양측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측이 대연정과 관련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주요 현안에 대해 이견이 크다는 점에서 대연정 성사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로선 사민당과의 대연정이 재선거와 소수 정부를 피하면서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다.

그러나, 사민당의 진보 노선을 수용하다 보면 기존 보수층이 실망하고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역대 최저 득표율을 거둔 이유도 난민 문제가 부각된 가운데 보수층의 이반 현상이 컸다.

이미 기민당의 자매당인 기사당은 '텃밭'인 바이에른주(州)에서 '극우를 위한 대안'(AfD)의 부상을 막기위해 보수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기사당의 호르스트 제호퍼 대표는 일요신문 빌트 암 존탁과의 인터뷰에서 "대연정이 최선의 선택"이라면서도 "사민당이 너무 많은 조건을 제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클리퀴너 부대표도 ""레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사민당에 합의가 어려운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역시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얻은 뒤 강한 진보 야당으로 정체성을 뚜렷이 하려는 사민당으로서는 대연정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는 청년당원 조직인 '유소스'가 대연정을 반대했다.

대연정에 참여하지 않고 기민·기사 연합과 녹색당 간의 소수 정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사민당이 선명성 있는 정책을 들고나와 좀처럼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상속세 인상, 연금개혁, 난민 상한선 등을 놓고 벌써 양측이 팽팽히 맞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오는 30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메르켈 총리와 호스트 대표,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 간의 회동에서 향후 정국 방향에 대한 단초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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