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위에 재상정할지 대국민보고대회 연기할지 논의 중
위원장,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전원위 수시회의' 소집 가능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내년 설을 앞두고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허용하는 선물 상한액을 농축수산품에 한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개정 움직임에 '급제동'이 걸린 가운데 해당 조항의 처리 방향이 사실상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의 의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전날 전원위원회에서 부결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권익위는 신속히 전원위를 재소집해 개정안을 재상정할 것인지, 시간을 두고 검토할 것인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청탁금지법 대국민보고대회'를 현 상태 그대로 개최할지 아니면 연기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당초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이 허용하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을 일컫는 이른바 '3·5·10' 규정 개정안이 전원위에서 통과되면 당정협의를 거쳐 29일 대국민보고대회를 열어 발표하고, 신속히 입법예고·차관회의·국무회의를 거쳐 개정작업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날 개최한 전원위에서 예상을 깨고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참석한 위원 12명 가운데 찬성 6명·반대 5명·기권 1명으로 찬성이 1명 더 많지만, 과반이 안돼 부결된 것이다.
전원위원회는 총 15명으로 구성되며 내부 위원으로는 박은정 권익위원장과 부위원장 3명(박경호·이상민·1명 공석), 상임위원 3명(신근호·박계옥·김현철)이 있다.
외부 비상임 위원은 허용석·전준경·이호영·이재경·김수정·윤영훈·홍인옥·황정주 등 8명으로 판사, 변호사, 교수 등이다.
전날 전원위에는 국회 정무위에 출석한 박은정 위원장과 다른 위원 1명이 불참했고, 부위원장 1명은 공석이어서 총 12명만 참석했다.
반대 목소리를 낸 위원들은 "청탁금지법을 시행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손을 대서는 안 된다", "대다수 국민이 개정을 원하는지 의문이다", "청탁금지법이 농축수산품에 미친 영향이 아주 크지 않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등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권익위는 '3·5·10' 규정 개정에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
항상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은 공직자 등이고, 일반인이 선물을 주고받는 데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청탁금지법 시행의 경제영향분석' 자료가 나오면 청탁금지법 개정 필요성을 판단해보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은정 권익위원장도 지난 7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막연히 추석이 다가온다는 이유로 특정 직종의 부진 등의 관점에서 가액을 조정한다면 새 정부의 반부패 정책 기조에도 맞지 않고 국가의 청렴 이미지 제고에 손상을 준다"고 보수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낙연 국무총리가 '농축수산인을 위한 수정 필요성'을 수차례 제기하는 가운데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내년 설 전에 개정을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행정연구원 분석결과 농축수산쪽에는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오자 개정안을 마련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여부가 박은정 권익위원장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은 권익위 회의운영규칙 상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전원위 수시회의'를 개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 찬성 6명·반대 5명·기권 1명이었기에 박 위원장이 신속히 전원위를 재소집하고 본인이 '찬성표'를 던지면 개정안을 통과시킬 확률이 높다.
개정안을 통과시킬 '의지'만 있다면 불참했던 위원과 기권한 위원을 설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전날 전원위에 불참한 것 자체가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위원장은 전날 '개정안 부결'이라는 중대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나는 전원위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여 '책임회피'라는 부정적 시각도 권익위 안팎에서 제기됐다.
박 위원장은 지난 16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비공개로 논의하면서 '농축수산품의 선물 상한액을 10만원으로 올리면 굴비·홍삼·햄 등 2차 가공품은 포함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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