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쇄된 해파리 사체, 수질오염 우려 지적 나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항모 굴기(堀起)' 시대를 맞고 있는 중국이 항공모함의 천적인 해파리를 막기 위해 특수 장비를 개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바다 위의 군사기지'로 불리는 항공모함이라고 할지라도 대규모 해파리 떼를 만나면 최악의 경우 운항이 정지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해파리 떼가 항모의 취수구로 빨려 들어가 냉각 시스템을 막아버리면 엔진이 과열되고 결국 항모는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핵 추진 항모 로널드레이건호는 2006년 호주 동부의 항구 브리즈번 근처에서 해파리 떼를 만나 운항이 일시 정지된 적이 있다.
러시아제를 기반으로 한 첫 항모 랴오닝(遼寧)호에 이어 첫 국산 항모 '002함'을 건조하는 등 항모 굴기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으로서는 해파리 떼 문제가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중국산 항모 3척을 건조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랴오닝성 다롄(大連)시 조선소 인근에 있는 랴오닝 해양어업과학연구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한 장비를 고안해 실험하고 있다.
'해파리 분쇄기'로 불리는 이 장비는 수백m에 달하는 그물의 가운데에 프로펠러 모양의 강철 칼날을 달았다.
고속 보트가 이 장비를 끌고 해파리 떼를 몰아가면 해파리들은 프로펠러 안으로 빨려 들어가 산산조각이 난다. 조각난 해파리의 크기는 원래 크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3㎝ 이하이다.
산산조각이 난 해파리 사체는 항모에는 별 해를 끼치지 않게 되지만, 수질 오염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는 제기된다.
연구팀은 해파리 사체가 부패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데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일부에서는 해파리 사체가 해변으로 흘러가 관광객들에게 상해를 입힐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에 연구팀은 펌프를 가동해 바다에 인공 거품을 일으킨 후 이로 인해 수면으로 떠오른 해파리를 살충제 등으로 제거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최근 해파리 떼가 급증해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해파리 떼로 인해 해수욕장이 폐쇄되는 것은 물론 핵발전소가 고장을 일으키는 사례까지 보고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해파리 떼가 출몰한 후 연어 등의 어류가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학원 남중국해 해양연구소의 탄예휘 연구원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 어류 남획으로 인한 해파리 천적 감소 등의 영향으로 해파리 떼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파리 떼의 출몰 시기에 맞춰 항모 훈련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 등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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