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性스캔들 속 거짓 인터뷰 들통…언론공격 보수단체의 '위장작전' 의심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성 추문에 휩싸인 미국 상원의원 공화당 후보의 추가 성폭력 전력을 폭로하겠다며 언론에 접근한 여성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 여성은 주류 언론을 비판해온 한 보수단체와 접선한 것으로 확인돼 마치 '위장요원'처럼 거짓 정보를 흘려 '가짜뉴스'를 싣게 한 뒤 해당 매체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만들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로이 무어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 공화당 후보에 대한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있다며 접근했으나, 위장 비밀요원으로 드러났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야기는 이렇다. 한 여성이 신문에 자신이 15살이던 1992년 무어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으며 임신까지 했으나 무어의 요구로 낙태한 경험이 있다고 제보했다.
그는 기자들과 2주 이상 몇 차례에 걸쳐 인터뷰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오락가락하기도 하고, 기자들에게 "내 이야기가 나가면 무어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신문은 이 여성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기사를 내지 않기로 했다.
특히 기자들이 온라인 검색 중 후원금 모집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에서 제보자 이름의 글을 발견하면서 의문은 커졌다. 그는 "뉴욕으로 가는 길"이라며 "진보적인 주류 언론(MSM)의 거짓과 싸우는 보수 미디어 운동의 일자리를 받아들였다"고 썼다.
이 여성은 언론을 상대로 한 어떤 조직과 같이 일하는 게 아니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아침 보수성향 단체 '프로젝트 베리타스'의 뉴욕 사무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기자에게 들켰다.
프로젝트 베리타스는 언론과 진보적 단체에 위장전술을 구사하며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체로, 그의 차가 사무실 주차장에 1시간 이상 멈춰있었다.
이 단체의 창립자 제임스 오키프는 이 여성을 고용한 것인지, 무어 측과 함께 일해왔던 것인지 등을 묻는 말에 답변을 거부했다고 WP는 전했다.
무어 선거캠프 측 역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신문은 이 여성과 비보도를 전제로 이야기했지만, 거짓을 말하면서 악의적으로 요청했던 비보도 약속은 지킬 수 없었다며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티 배런 편집국장은 "프로젝트 베리타스의 의도는 우리가 함정에 빠진다면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려던 게 분명하다"며 "일반적인 우리의 엄격한 저널리즘 덕분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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