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들, 태블릿PC 감정 결과에 의문 제기…증인엔 '압박 질문'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인들이 정식 재개된 첫 재판부터 박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적극적인 변론에 나섰다. 이날 재판도 전날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했지만, 법원은 피고인 없이 궐석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변호인들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날 밝힌 입장만큼 검찰 주장도 꼼꼼히 따지고 들었다.
이들이 먼저 공세를 펼친 대목은 검찰이 최순실씨 것으로 결론 낸 태블릿PC의 감정 결과 부분이다.
검찰은 28일 재판부에 태블릿PC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최씨는 법정에서 태블릿PC를 본 적도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국과수 회신에 의하면 최씨의 셀카 사진이 본 태블릿PC로 촬영된 게 확인돼 최씨의 주장이 허위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태블릿PC에 남아있는 위치 정보도 최씨의 동선과 일치하고, 태블릿에 등록된 이메일 계정이 최씨 딸 정유라의 개명 전 이름으로 설정됐다고도 설명했다.
특히 최씨 측이 제기한 태블릿 조작 가능성 주장에 대해서도 "국과수 감정에 의하면 한글문서가 수정이나 조작되지 않은 게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이에 "검찰은 최씨가 태블릿PC를 사용했다고 계속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왜 최씨가 쓴 비용을 태블릿을 개설한 김한수씨(전 청와대 행정관)가 냈는지 소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사진의 경우 입력 시간이나 날짜, 배경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검증 결과를 검토해 의견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순실씨 측은 별도로 입장자료를 내고 "국과수 감정을 왜곡해 해석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국과수는 최씨의 사진이 태블릿PC로 촬영됐다고 판단한 것이지, 이를 최씨가 직접 셀카로 촬영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며 "가족사진 역시 최씨는 누가, 어떤 경위로 이런 사진을 촬영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촬영 장소에 관한 정보 역시 최씨가 직접 셀카를 촬영했다는 자료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태블릿PC에 등록된 이메일 계정으로 설정된 '유연'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검찰은 최씨의 딸이라고 독단하지만, 이름만 같을 뿐 최씨의 딸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태블릿PC에 등록된 이메일 계정은 3개이고, 이름은 '유연'을 포함해 총 6개 등이 있다면서 이들이 누구인지는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과 관련해 다음 달 1일 정 전 비서관을 최씨와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불러 내용을 확인하겠다고 주장했다.
녹음파일엔 정 전 비서관과 박 전 대통령, 최씨 간의 통화 내용이 담겨 세 사람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대비가 전혀 안 된 상황이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박근혜 피고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일을 잡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단은 "충실한 변론을 할 수 있게 시간을 달라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내달 1일엔 최씨에 대해서만 정 전 비서관의 신문을 진행하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시 기일을 잡기로 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증인으로 나온 김건훈 전 안종범 수석의 보좌관에게도 "정확한 기억에 의한 진술이냐"는 등 압박 질문을 쏟아냈다. 박 전 대통령을 가리켜서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거나 '저희 피고인'이라고 칭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국선 변호인단의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피고인이 전직 대통령인 만큼 사선 변호인급의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날 박 전 대통령의 한 지지자는 "목숨을 내놓고 하세요. 나라를 살리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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