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여년전 불 뿜던 한라산 물장오리, 900년전부터 물 고여"(종합)

입력 2017-11-28 17:08  

"8천여년전 불 뿜던 한라산 물장오리, 900년전부터 물 고여"(종합)

지질자원연구원 지질조사…항공 라이다로 북동부 촘촘히 측량하기도

"성판악 탐방로 일부 구간 훼손 심해…정비 필요"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제주도 한라산 물장오리(해발 937m)는 8천100년 전 마지막 화산활동을 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금 같은 산정호수 형태는 900여년 전부터 유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제주시 봉개동 물장오리 분화구 퇴적층 분석을 통해 아래쪽(7.5m) 퇴적층은 약 8천100년 전에, 위쪽(0.43m)은 약 300년 전에 쌓인 것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전체적으로는 아래쪽부터 고운 입자 형태를 띠다가 약 1.3m 깊이를 경계로 모래 크기 광물이 급격히 증가했다.

1m 깊이 인근에서부터 탄소동위원소 값도 커졌는데, 이는 수심이 깊어진 환경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파악했다. 그 시기는 900년 전후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물장오리는 8천100년 전 마지막 분화를 하고서 900년 전까지는 우기에만 만들어진 습지였다가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산정호수가 됐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아울러 과거 약 8천여년 동안 제주도 기후 변화를 추적해 360년·190년·140년 주기로 우기와 건기가 반복된 것을 확인했다.

임재수 지질자원연구원 지질환경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과거 제주도 환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타임캡슐을 열었다고 생각한다"며 "물장오리 그릇이 만들어진 연대기를 살핀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조사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의 2016∼2019년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기초학술조사 목적으로 수행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앞서 지난해 한라산 백록담 퇴적층을 시추해 분화구 형성 시기가 최소 1만9천년 이상 됐음을 보고하고, 동아시아 내륙지역 고 기후와 차별화한 제주도 만의 특징을 일부 발표한 바 있다.

이번 2차 조사를 통해 연구팀은 항공 라이다(LiDAR·빛을 활용한 측정장비) 측량을 바탕으로 한라산 북동부 지표고도 디지털 자료도 수집했다.

1㎡당 15점 이상 정밀하게 측정한 만큼 고지대 침식형태 분석은 물론 수고(나무의 높이)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 걸친 공간분석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또 한라산 북동부 지역 식생 연구로 해당 지역에 93과 239속 375종의 식물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8종의 신종 후보 및 2종의 한국 미기록 지렁이도 발굴했다.

지형 조사를 거쳐 성판악 탐방로 훼손이 심한 구간에 대한 정비 필요성도 지적했다.

암반 사면에 대한 안정성 평가도 진행해 낙석 사고 예방책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날 오후 4시 제주도 한라수목원 생태학습관에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기초학술조사 2차연도 용역사업 보고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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