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 '기술의 흔적'은 유선전화뿐…파일 캐비닛에 환자기록 보관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미국 법원이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모르는 84세 의사는 의사면허를 재취득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햄프셔 주 메리맥 고등법원의 존 키신저 판사는 지난 10월 의사면허를 포기한 애나 코놉카(84)가 의사 일을 계속하도록 허가해달라고 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놉카는 컴퓨터 사용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뉴햄프셔 주에서 의사들이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전자 약물 감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이 프로그램은 약물 과잉 투여를 막으려는 취지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처방 의사의 등록을 의무화했다.
AP에 따르면 코놉카의 진료실에는 컴퓨터가 없으며 그는 컴퓨터 사용법도 모른다. 환자 기록은 대부분 대기실에 있는 파일 캐비닛 2개에 들어 있으며, 진료실에서 기술의 흔적이 있는 물건은 책상 위 유선전화뿐이다.
앞서 코놉카는 7세 천식 환자에 대한 약물 투여량 판단을 부모에게 맡기고 환자에게 필요한 일일 스테로이드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에 코놉카는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으며 환자의 어머니가 지시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코놉카에 대한 소송이 4건 더 제기됐다.
지난 9월 징계 청문회가 열리기 전 코놉카는 의사면허 포기에 동의했다. 그는 의사면허 반납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코놉카는 인구 4천400명이 사는 작은 마을 뉴 런던 일대에서 대형 병원과 무심한 의사들에게 질린 환자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 신뢰를 쌓았다고 AP는 전했다.코놉카의 환자 30여 명은 키신저 판사에게 코놉카에 대한 의사면허 재취득 불허 결정을 재고하기를 바란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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