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 출간 이후 3년, 무엇이 달라졌나

입력 2017-11-28 15:47   수정 2017-11-28 16:31

'21세기 자본' 출간 이후 3년, 무엇이 달라졌나

신간 '애프터 피케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014년 출간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은 30개 언어로 번역돼 220만권 이상이 팔렸다. 한국에서도 2015년 12월 기준 8만8천부가 판매돼 30개 언어 중 8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추세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 피케티의 주장을 놓고 인기만큼이나 논란도 거셌다. 책이 제기한 불평등 문제는 출간 3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화두가 되고 있다.

'21세기 자본'의 영문판을 출판했던 미국 하버드대 출판부는 피케티 열풍이 한차례 가라앉은 지금, 피케티가 책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이 검증하고 평가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신간 '애프터 피케티'(율리시즈 펴냄)는 그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비롯한 25명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의 글을 묶은 책은 기본적으로 '21세기 자본'이 우리가 앞으로 겪게 될 고통스러운 결과를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고 보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방점을 찍어 학제간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책은 이른바 '피케티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21세기 자본'의 영문판 번역자인 아서 골드해머가 이론경제학자의 학술서에 가까운 '21세기 자본'이 대중적 성공을 거둔 이유를 분석한다. 그는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장관의 '21세기 자본' 서평을 인용한다. "우리의 정치적 문제들이 무례한 중산층에 의해 규정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대통령이 불평등을 주요 경제 문제로 삼는 때에, 가계 상위 1펴센트, 0.1퍼센트, 혹은 0.01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의 부와 소득의 집중현상이 만연하고 증가한다는 사실을 상세히 기록한 책이 어떻게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198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솔로는 '피케티의 주장이 대체로 옳다'고 평가하며 미국에서의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실효성 있는 상속세의 실행과 급진적인 누진소득세 등을 제시한다. 피케티의 옹호자로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21세기 자본'이 모든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책이며 피케티가 우리의 경제적 담론을 변화시켰고 이제 우리는 결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부와 불평등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은 이어 정치경제학, 노예제도, 인적자본, 기술 등 다양한 관점에서 피케티가 제시한 '자본'의 개념을 살핀다. 또 자본소득 증가가 개인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세습자본주의에 대한 페미니즘의 해석, 불평등의 심화가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고르지 못한 자본 분배가 가져오는 불평등의 다양한 측면을 고찰한다. 피케티의 주장에 대한 다양한 반론도 함께 다룬다.

마지막에는 피케티 자신이 나선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이 서구 중심적이며 제도 변화를 불러오는 사회적, 정치적 상황이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지적 등에 대해 해명하고 보충 설명한다.

출판사 측은 "일반 대중은 물론 경제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도 의미있는 참고문헌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비평이란 무엇인지, 한 저자의 논리를 어떻게 대하고 비판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범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유엔제이 옮김. 780쪽. 3만8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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