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원천징수의무자 부정행위 있으면 부과제척기간 10년 가능"
90% 고율 차등과세 범위가 관건…금융기관 위법성 규명 등 논란될 수도
(세종=연합뉴스) 이율 민경락 기자 = 국세청이 최근 기획재정부로부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 소득과 관련 차등과세 가능 기간에 대한 유권해석을 넘겨받고 최종 과세 검토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가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비실명 재산으로 해석한 데 이어 기재부가 부과제척기간을 폭넓게 해석함에 따라 국세청의 과세권 발동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기재부로부터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고율의 차등과세를 할 수 있는 기간(부과제척기간)에 대한 유권해석을 회신받았다.
기재부는 국세 부과의 제척기간을 정한 국세기본법 26조의 2에 대해 '원천징수의무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부과제척기간 10년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회신을 보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수사에서 확인된 것으로 계좌 수만 1천 개가 넘고 규모는 4조 5천억 원에 달한다.
당시 금감원은 특검 측이 검사를 요구한 이 회장의 계좌 중 1천1개는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후 개설된 계좌로 실명전환 및 과징금 징수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올해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금감원이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모두 실명으로 전환해야 하는 금융실명법 위반 대상이라고 지적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금융위는 박 의원의 지적을 받아들여 "수사당국 수사, 금감원 검사, 국세청 세무조사 등으로 차명계좌로 확인된 경우 차등과세 해야 하며 해당 시점 이전에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도 차등과세 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국세청에 전달했다.
금융실명법 5조에 따르면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는 소득세 원천징수세율 90%(지방소득세 포함하면 99%)를 적용하게 돼 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이 회장 차명계좌의 배자·이자 소득에 38%의 세율로 원천징수가 이뤄졌지만 애초 실명 전환대상이었기 때문에 90%(지방소득세 포함하면 99%)로 과세해야 한다는 뜻이다.
배당·이자 소득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은 원칙적으로 5년이기 때문에 2013년 이후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일단 고율의 차등과세가 가능한 상황이다.
'원천징수의무자의 부정한 행위가 있으면 배당·이자 소득의 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기재부 유권해석에 따른다면 2007년 이후 소득부터 차등과세가 가능하다.
다만 납세 의무자는 이 회장이 아닌 원천징수의무자(은행·증권사 등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국세청은 이 회장이 아닌 은행으로부터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과제척기간 10년을 적용하려면 정부가 '금융기관의 부정한 행위'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금융실명제 편람 등을 근거로 차명계좌 적발 시점인 2008년을 기준으로 부과제척기간 5년을 소급해 2003년 소득분부터 차등과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세청은 최근 관련 유권해석 질의를 모두 마무리하고 지금까지 논의된 이러한 모든 과세 안에 대해 검토에 착수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비실명 재산이라는 사실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 간 이견이 없다는 점에 비춰보면 어떤 식으로든 고율의 차등과세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부과제척기간을 넘겨 세금을 추가로 매기지 못하는 이자·배당소득 규모가 커지는 만큼 국세청은 과세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 회장 측이 차명계좌에 있던 자금들 대부분을 회수한 만큼 뒤늦게 차등과세를 해도 실효성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이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에서 확인된 차명계좌를 실명계좌로 전환하지 않고 4조4천억 원을 되찾아가면서 세금과 과징금 등을 회피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재부 유권해석 회신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 더는 기재부나 금융위와 협의할 사안은 남지 않았다"며 "국세청에서 판단해서 진행할 사항만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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