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후 경기부양에 동원된 '유동성 풀기' 끝나
금리상승 충격 최소화할 정책운용 지혜 절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금융위기 이후 지속했던 저금리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이는 부진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저금리로 돈을 풀었던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본격적인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정책금리를 4차례 인상한 데 이어 다음 달에도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고 유럽과 일본 등도 경기부양 정책을 어떻게 거둬들일지를 고민하고 있다.
국내에서 금리 인상은 경기회복이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1천419조 가계부채의 뇌관을 건드려 미약한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따라서 앞으로 어떻게 금리 인상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 나가는 정책운용의 지혜를 발휘하느냐가 내년 이후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30일 오전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사상 최저 수준인 현 1.25%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1년 5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후 한은은 이듬해인 2012년 7월 3.25%였던 기준금리를 0.25%p 내린 것을 시작으로 5년여 동안 8차례에 걸쳐 총 2.0%p의 금리를 인하했다.
기준금리를 내리기만 했던 한은이 인상으로 돌아선 배경엔 경기회복 본격화와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 차단, 부동산값 급등 등 장기 저금리 부작용 억제 등 여러 요인과 목적이 자리 잡고 있다.
한은의 유동성 확대공급이 지속된 영향으로 시중 통화량(M2)은 2천492조3천884억원(9월·원계열 기준·평잔)으로 매월 사상 최대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지자 막대한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만 몰려 서울과 강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서민들에게 박탈감만 안겨줬다.
이 과정에서 가계가 짊어진 빚은 3년간 363조 원이나 늘어나면서 자칫 한국경제에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는 최대 위험요인으로 부상했다.
금리 인상은 이런 저금리 부작용에 대응하는 효과가 있지만 그 과정에 '긴축'의 고통과 저항을 수반한다.
한은의 통화정책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국내 경제 전반에 걸쳐 무차별적이고 전방위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국내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자력으로 이자 낼 돈도 벌지 못하는 부실기업들도 생존이 어려워진다.
내년부터 신(新)DTI(총부채상환비율)·DSR(총체적상환능력심사제) 도입으로 대출이 줄어드는데 금리까지 오르면 부동산 시장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강원대 교수)은 "기준금리 인상이 원화 강세를 부추겨 수출 위축이 우려된다"면서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추가이자부담은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고 정부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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