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의회 내 '이민개혁 운동가'로 통하던 루이스 구티에레스 연방하원의원(63·민주·일리노이)이 돌연 "14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시카고 서부 히스패닉계 밀집지역을 지역구로 하는 구티에레스 의원은 28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방하원의원 선거에 재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2015년 시카고 시장직에 도전했다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현 시장에게 패한 헤이수스 추이 가르시아 쿡 카운티 위원을 후임으로 공개 지지했다.
구티에레스 의원은 "2019년 1월까지 남아있는 임기를 마친 후 의회에서 퇴청하겠다"며 "일선에서 물러서는 것은 아니다. 이민자·여성·성소수자의 권리와 환경문제, 인종적 정의를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구티에레스 의원이 전날, 내년 3월 열리는 일리노이 연방하원의원 선거 민주당 경선을 위한 후보 지명 청원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으나 하루 만에 전격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구티에레스 의원은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재출마 서류 접수에 필요한 지지자 서명 1천 개 가운데 800개를 이미 확보했다며 재선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푸에르토리코 이민 가정 출신인 구티에레스 의원은 지난 9월 닥친 초강력 허리케인 '마리아'로 폐허가 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재건 노력을 돕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구티에레스 의원은 시카고 시의원(1986~1992)을 거쳐 1993년 미 하원에 입성했다. 24년간 '이민자 대변인'을 자처하며 '이민개혁'에 투신했고, 선거마다 압도적 지지를 얻어 승리했다. 일리노이 선거관리위원회 기록을 보면 구티에레스 의원의 본 선거 득표율은 지난해 75.2%, 2014년 78.1%, 2012년 83% 등이다.
ABC방송 정치해설가 로라 워싱턴은 구티에레스 의원의 나이가 아직 60대 초반에 불과하고 이민정책을 비롯한 주요 이슈에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다음 행보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구티에레스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시카고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며 가르시아 위원은 2019년 시카고 시장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의회 진출로 목표를 바꾸게 됐고, 이에 따른 연쇄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구티에레스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민정책에 반대하며 지난 15일 미 하원 법사위 소속 민주계 의원 3명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구티에레스 의원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민정책에 대해서도 냉혹한 비판을 하곤 했다며 범죄 기록 없는 불법체류자 추방 인원이 그 어느 행정부보다 많았던 오바마를 '추방 대장'(deporter in chief)으로 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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