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타이어 포기' 선언으로 8개월가량 이어오던 '금호타이어 분란'이 일단락됐다.
박 회장은 지난 28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재인수 의사가 없다"며 "(금호타이어 인수는) 앞으로도 포기할 것이며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광주·전남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그간 금호타이어는 부침(浮沈)이 컸다.
여기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실패가 한몫했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금호타이어는 2006년 내부유보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회사채까지 발행해 대우건설 지분을 인수하고 미국, 중국, 베트남 등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차입금이 급격히 늘었다.
2009년 하반기부터 세계 금융위기가 시작되고 국제유가 인상, 세계 자동차 수요 감소 등으로 수출물량이 급감하며 회사가 기울기 시작했다.
이에 금호타이어는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2010년 워크아웃을 개시했다.
7년만인 지난 3월 매각이 추진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중국업체 손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각 정당, 지역 정치권, 경영계, 시민단체, 노조 등이 해외 매각을 반대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가뜩이나 어려운 호남경제도 지켜야 한다.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우회적으로 해외 매각을 반대했다.
지역에서는 이런 해외 매각 반대 배경에는 금호타이어를 '원주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품에 안겨줘야 한다는 정서가 녹아있었다.
그러나 채권단이 해외 매각이 무산된 후 박삼구 회장에게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내놓도록 요구했으나 박 회장은 '실효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금호타이어를 되찾겠다는 '액션'은 컸으나 '결과물'은 포기 선언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에 적신호가 켜진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다 그룹 전체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해하지만, 지역민들의 허탈감은 깊숙이 배어 있다.
지역경제계 인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도우려고 거품을 물고 해외 매각을 반대했더니 포기 선언을 해버려 허탈감과 배신감 마저 든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결별하게 됐지만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곡성공장 등) 2만5천명의 삶이 걸린 일터이며 광주·전남 경제의 동맥과도 같은 성장엔진이고 지역민의 자존심"(국민의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이란 말대로 이제는 근로자, 기업, 지역이 모두 살아가는 지혜를 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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