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천식이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2배나 많은 이유는 여성 호르몬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적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밴더빌트대학 메디컬센터 알레르기-폐 질환 전문의 돈 뉴컴 박사는 여성은 남성보다 천식을 일으키는 면역세포인 선천 림프세포2(ILC2: group 2 innate lymphoid cells)가 2배 많으며 이 면역세포의 증가와 활동을 억제하는 것은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28일 보도했다.
사람의 혈중 ILC2 세포 측정과 쥐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뉴컴 박사는 밝혔다.
ILC2 세포는 폐에 염증과 점액을 증가시켜 호흡곤란 같은 천식 증상을 유발한다.
그의 연구팀은 먼저 건강한 남성과 여성 각각 4명, 천식 여성 6명, 천식 남성 7명의 혈중 ILC2 세포의 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건강한 남성과 여성은 차이가 거의 없고 천식 환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2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쥐 실험에서도 다 자란 암컷이 다 자란 수컷 또는 젊은 수컷보다 폐에 이 면역세포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남성과 여성 호르몬이 이 면역세포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밝히기 위해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을 이 면역세포에 노출시켜 봤다.
그 결과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에 노출됐을 땐 면역세포의 수나 사이토카인(염증 유발 물질) 생성 같은 활동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나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됐을 땐 면역세포의 증식과 활동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이어 암쥐와 숫쥐 모두 호르몬을 분비하지 못하게 고환과 난소를 제거해 봤다.
그러자 테스토스테론이 결핍된 쥐들이 테스토스테론을 가진 쥐들에 비해 ILC2 면역세포의 수가 현저히 많고 활동도 활발했다.
난소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 프로제스테론 같은 여성 호르몬이 폐의 염증을 증가시킬 것으로 생각했는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이러한 염증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뉴컴 박사는 말했다.
천식은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발생률이 약 1.5배 높다. 그러나 사춘기가 지나면 역전돼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높아지면서 이런 패턴은 폐경까지 지속된다. 폐경이 지나면 여성의 천식 발생률은 낮아지기 시작한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셀 리포트'(Cell Reports) 최신호(11월 28일 자)에 실렸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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