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붉은 바다'…왕조실록에 적조 81차례 기록

입력 2018-08-28 08:00  

조선시대에도 '붉은 바다'…왕조실록에 적조 81차례 기록
발생 해역과 시기 등 현재와 비슷…홀수해에 대규모 피해 '징크스'도 같아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거의 매년 우리나라 연안을 붉게 물들이며 수산 피해를 내는 유해성 적조.
올해는 유례없는 폭염 때문에 맥을 추지 못해 큰 피해 없이 단기간에 소멸했지만 양식 어민들에게 적조는 애지중지 키운 물고기들을 삽시간에 떼죽음하게 하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다.

역대 피해 규모를 보면 1995년이 764억원으로 가장 컸고 2013년 247억원, 2003년 215억원, 2007년 115억원, 2001년 84억원, 2014년 74억원 등의 순이다.
우리나라의 적조는 연안의 어류양식이 본격화한 1980년대 이후 대규모 수산 피해가 발생하지만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당시에도 적조 현상이 자주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28일 국립수산과학원 서영상·박종우·황재동 박사와 민승환(부경대 해양학과 박사과정) 씨가 조선왕조실록의 적조 관련 기록을 분석해 한국지리정보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태조부터 철종 임금에 이르기까지 472년 동안 총 81건의 적조 관련 기록이 등장한다.

실록에 등장하는 최초의 적조 관련 기록은 태조 6년인 1394년 7월 18일의 '기탄(岐灘)의 물이 붉었다'이다.
기탄은 한강의 지류인 안양천으로 밀물 때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이어서 적조로 볼 수 있다.
실록에 나오는 기록 대부분은 물 색깔이 변했거나 해산물 또는 인명 피해가 났다는 단편적인 사실을 적었지만, 당시 상황을 아주 상세히 적은 사례들도 있다.
정종 원년(1399년) 8월에는 '경상도 바닷물이 울주에서 동래까지 길이 30리, 너비 20리로 피같이 붉었는데 나흘 동안이나 그러하였다. 수족(水族)이 모두 죽었다'고 적었다.
태종 13년(1413년) 8월의 기록을 보면 '전라도와 경상도의 바닷물 색깔이 변했다. 순천부(順天府) 장성포(長省浦)에서는 물이 15일부터 붉어져 20일에 이르러서는 검은색이 됐는데 고기와 새우가 죽어서 물 위에 떠올랐다. (중략) 진해(鎭海)에서는 21일에 물이 담황색이 되어 고기가 죽고 기장에서는 20일에 물이 붉고 누렇게 되어 물고기가 모두 죽었다. (하략)'는 등 발생지역, 시기, 범위, 지속기간, 피해 상황 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선조 36년(1603년) 4월 9일의 기록을 보면 함경북도 경성에서 큰 규모의 적조가 나타났는데 오전 5~9시 사이에 적조생물이 떠오르기 시작해 이후 오후 1시까지 온 바다가 붉게 변했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적조의 원인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의 운동 양상과 유사하다.

조선 시대 적조의 지속기간은 대부분 7일 이하였으며, 10일 이상 이어졌다는 기록은 5건이다. 최장 지속기간은 17일로 나타났다.
당시 기록에 나온 피해를 시기별로 보면 7~9월에는 어류 폐사가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발생한 경우가 많아서 해역별 발생횟수를 모두 합치면 142회에 이른다.
남해가 68회로 가장 많았고 동해 50건, 서해 24건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남해와 동해에 접한 경상도(부산·울산·경남·경북)가 82회로 가장 많았다.
월별로는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고, 그 외는 대부분 4~9월에 나타났다.
수산물 피해는 7~9월 경상도 연안 전반에서 나타났다.

조선시대 적조의 발생 해역과 시기도 현재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적조는 홀수해에 대규모로, 짝수해에는 소규모로 발생하는 주기를 보이는데 조선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적조 가운데 102건이 홀수해에, 40건이 짝수해에 나타났다.
발생횟수가 10회 이상이거나 발생 해역이 200㎞ 이상인 대규모 발생이 있었던 때는 1399년, 1403년, 1413년, 1681년 등 모두 홀수해였다.
조선왕조실록이 당시 발생한 모든 적조 현상을 적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적조와 같은 현상은 괴변으로 여겨졌고 임금의 덕이 부족한 탓으로 인식된 탓에 관리들이 보고를 꺼렸고, 임금도 삭제를 명령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명이나 수산 피해가 난 경우에는 사안이 중한 데다 나중에 해당 지역 관리에게 책임소재를 묻는 일이 있을 수도 있어 보고가 잘 이뤄졌을 것으로 서영상 박사(남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 과장) 등은 추정했다.
서 박사는 "왕조실록 분석을 통해 조선시대 적조 발생 해역이 현재와 비슷했고, 당시에도 기후조건 변동에 따라 지금과 같은 대규모 적조가 나타났음을 알 수 있었다"며 "실록에 북한 해역의 적조 관련 기록도 있는 만큼 한반도 전역의 적조 연구를 위해 인공위성을 이용한 새로운 원격탐사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고, 수산분야 협력 차원에서 남북한 공동조사와 연구의 길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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