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대북 제재로 일자리도 잃었는데 또 도발했다니..."
(단둥<중국 랴오닝성>=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조선(북한)의 계속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단둥의 경제가 극심한 불황에 빠졌는데 또다시 군사도발에 나섰다니 정말 참기가 힘듭니다."
29일 새벽 북한이 75일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을 발사했다는 소식에 북중교역 거점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주민들은 격앙된 분위기였다.
북중간 무역량의 80%가량이 단둥을 통해 이뤄지는 까닭에 북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때마다 단둥 지역경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다 지난해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강력한 대북제재 시행으로 북중교역이 얼어붙어 주민 생계에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이날 단둥해관(세관) 앞 도로에서 만난 주민 리(李)모 씨(47)는 "조선과 그 지도자(김정은)의 불장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 때문에 단둥 경제에 타격이 크다"며 "지난 9월부터 중국 정부가 북한산 석탄·철광석·수산물 등의 수입을 전면 중단시켜 관련 무역회사 여러 곳이 문을 닫고 일거리를 잃은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둥은 작년 1월 이후 북한의 4~6차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2016년 3월), 2321호(2016년 11월), 2356호(2017년 6월), 2371호(2017년 8월) 등 발표될 때마다 '가장 강력한' 제재를 내세운 결의 시행의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이후 세 차례의 북한 핵실험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에 중국이 가세한 이후 북중교역이 줄곧 감소한데다 천연자원·섬유·수산물 수입 중지가 교역 전반에 악재로 작용한 탓이다.
이날 단둥의 낮기온이 영하 4도였으나 4~5급의 강한 북풍이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10도에 육박한 가운데 길거리와 공원 등지에 외출한 주민을 많지 않았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상태를 반영하는 듯 북한 신의주가 바라보이는 압록강변 공원 주변에는 무장경찰 차량이 배치됐고 주변을 순찰하는 군인들이 눈에 띄었다.
단둥의 번화가인 진산다제(錦山大街)에서 만난 장(張)모 씨(38)는 "국제사회와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으로 인해 북한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았으나 다음으로 단둥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나쁜 영향을 받았다"면서 "철강, 광업 등의 종사자가 최대 피해자이며 최근에는 여행, 관광업계도 영향을 피해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단둥 압록강변 공원의 한 쇼핑센터 입점주는 "요즘들어 관광객이 감소해 조선(북한) 관련 기념품이 팔리지 않아 애가 타는데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에 부아가 치민다"며 "우리가 말린다고 마사일 발사를 멈추지는 않겠지만 가장 가까운 이웃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일반 단둥 시민들은 북한의 거듭된 군사도발에 "또 쏘았느냐"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북한산 특산물을 들여와 팔던 단둥 고려거리에서 만난 왕(王)모 씨(85)씨는 "TV에서 조선이 오늘 새벽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뉴스를 접했으나 이제 습관이 돼서 놀랍지도 않다"며 "탈북자가 많다는데 자기 인민에게 먹을거나 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압록강공원에서 마주친 50대 중국인 부부 역시 "핵실험 소식도 많이 들었고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리는 수없이 들어서 무덤덤해졌다"면서 "동북(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의 안전에 안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셰(謝)모(52)씨는 "지난 9월 초 조선 핵실험(6차)은 가까운 지린성 연변자치주는 물론 단둥에서도 느낄 만큼 강력했다"며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이 건강에 영향을 줄 것을 걱정하는 주민이 많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으로 북한식당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압록강변 식당가에 위치한 한 북한식당은 지난 7월 폐업한 이후 지금까지 방치된 상태였고 영업 중인 식당들도 점심시간에 손님이 거의 없고 종업원들은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노후화로 인해 내달 임시폐쇄할 예정으로 알려진 단둥~신의주 간 철교인 압록강대교(중국명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는 화물차 통행을 허용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약 20분간 관찰하는동안 다리를 오가는 차량을 볼 수가 없었다.
단둥해관 주변 중국인과 조선족이 운영하는 무역회사 앞 도로에는 일거리를 잃은 수출차량들이 주차돼 있었다.
접경지역의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북한 기업에 대해 내년 1월 9일까지 폐쇄하도록 조치함에 따라 북중무역에 종사하던 주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대북사업을 접하야 해 지역 분위기가 크게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다.
압록강변 상가의 한 여성 입점주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조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싫으면 단둥을 떠나고, 그럴 능력이 없으면 상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자조하는 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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