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 유력지, '아일라' 제작사 주장 보도…주한 터키대사까지 비방
韓 영화유통업계 "흥행성이 원인…수입도 성사 안 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6·25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터키 영화가 '쿠데타 세력'의 방해로 한국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주장이 친정부 성향 유력 일간지에 실렸다.
영화 '아일라' 제작사 디지탈 사나틀라르 대표 무스타파 우슬루는 "한국에 있는 '펫훌라흐 귈렌 테러조직'(FETO) 탓에 아일라가 한국에서 개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일간지 '사바흐' 등 터키 언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ETO는 터키정부가 작년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귈렌 추종세력을 가리킨다.
아일라는 6·25전쟁에 파병된 터키군인이 한국인 고아 소녀를 돌본 감동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터키 영화사가 양국 배우를 캐스팅해 제작한 영화다.
감동적인 사연과 영화사의 대대적인 홍보에 힘입어 터키에서 아일라는 개봉 후 한달 여 만에 300만여 명이 관람할 정도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사는 한국에서도 동시 개봉을 추진했으나 지금까지 성사되지 못했다.
우슬루 대표는 취재진에게 "한국에서는 '(터키) 형제'로 알려진, FETO 수배자 O씨 탓에 영화가 극장에 걸리지 못했다"면서 "FETO는 한국의 젊은 세대가 양국 관계를 알기를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O씨는 한국에서 식당사업 등으로 성공해 유명해진 터키인사다.
우슬루 대표는 주한 터키대사에 대해서도 귈렌 세력과 연관성을 제기했다.
그는 아르슬란 하칸 옥찰 주한 터키대사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쿠데타 전후에 바뀌었다고 묘사하면서, "옥찰 대사가 FETO 세력 O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는 우리가 기만당했다는 걸 알았다"고 비방했다.
기사를 접한 터키 한인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스탄불에 거주하는 20대 김모씨는 "영화사 주장은 마녀사냥 전략에 다름아니다"면서 "요즘 터키에서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상대방을 FETO로 낙인 찍는 성향이 간혹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국 영화업계는 아일라 상영이 지연되는 것은 영화 자체의 흥행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국 영화유통업계의 한 임원은 "그 영화를 수입하겠다는 업체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영화가 수익성에서 확신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있겠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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