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교황의 로힝야족 언급 회피 해명…군사령관 요청으로 수치에 앞서 면담
청년들과 만남으로 미얀마 일정 마감…방글라서 로힝야 난민 대표 면담 예정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 방문 중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교황이 비공개 대화에서 로힝야 문제를 언급했음을 시사하는 대변인의 발언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30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그레그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전날 양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황이 '로힝야'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데 대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있다. 바티칸의 외교가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버크 대변인은 이어 "바티칸의 외교는 다리를 짓고 형제의 자격으로 통상 비공개 석상에서 벌어지는 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과거 로마에서 로힝야족을 직접 거론하며 옹호해온 교황이 미얀마 방문 중 개인적인 회합에서 이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로이터 통신은 해석했다.
교황은 미얀마 방문 이틀째인 지난 28일 현지 외교단 및 정부 관계자 대상 연설과 29일 양곤에서 한 대규모 미사에서 우회적으로 로힝야족 문제를 언급했지만,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로힝야'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버크 대변인은 또 "교황은 지뢰밭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낙하산을 타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며 "이번 일로 교황의 도덕적인 권위가 떨어졌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불가능한 일을 해결하는 걸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항변했다.
이어 그는 "그가 어떤 말을 했는지 또 어떤 말을 하지 않았는지를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교황은 이번 논란으로 도덕적 권위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얀마 주교회의 의장인 요한 흐세인 흐기는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청소'를 시도했다는 주장에 대해 "내 눈으로 본 적이 없으므로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교황은 이번 미얀마 방문 중에 문민정부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에 앞서 인종청소의 책임이 있는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을 먼저 면담했다. 이는 최고사령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버크 대변인은 "교황은 공식 방문 일정을 끝낸 뒤에 장군을 면담하는 것을 선호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30일 현지 청년들과의 만남을 끝으로 나흘간의 역사적 미얀마 방문을 마감하는 교황은 미얀마군에 쫓겨 국경을 넘은 60여만명의 로힝야족 난민을 수용한 방글라데시로 이동한다.
교황은 사흘간의 방글라데시 방문중 로힝야족 난민 대표도 만날 예정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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