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생보협회장, 예상 못 했던 민간출신으로 선임
금융위원장 "협회장 인사, 자율적으로 결정"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은행연합회장에 이어 생명보험협회장에도 예상치 못했던 민간출신 인물이 내정되면서 현 정부 들어 논란이 되던 이른바 '낙하산 올드보이' 논란도 사그라지는 모습이다.
생명보험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30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2차 회의를 열고 신용길 KB생명보험 사장을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추천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차기 생보협회장은 이른바 '올드보이'로 불리는 퇴직 관료 출신 인사가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손해보험협회가 지난달 차기 회장으로 장관급인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용덕 전 위원장을 뽑았기 때문이다.
금융협회 중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손보협회에 장관급 인사가 선임되자 다른 협회장도 김 회장 같은 힘 있는 관료 출신 인사가 내려올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장에는 부총리에 국회의원 3선을 지낸 홍재형 전 부총리가 거론됐고 생보협회장에도 양천식 전 수출입은행장 등 관료 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이 때문에 금융권 수장 인사에 정부가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은행연합회장에는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내정됐고, 이날 생보협회장에도 민간출신의 신 사장이 내정됐다. 두 사람 모두 금융권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다.
금융권에서는 올드보이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에서도 협회장 인사에 개입하기보다는 협회에 맡기고, 협회에서도 관료 출신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민간 출신 인사가 회장에 앉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29일 금융권 인사 관련 질문에 "앞으로 남은 금융 관련 협회장 선임에서 (회원사들이) 자율적으로 회원사 이익을 보호하고 금융당국과 가교 역할을 잘할 분을 선임할 것으로 안다"며 정부 개입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날 차기 은행장 선임을 앞둔 우리은행장 인사에도 정부 개입 논란이 불지는 않을까 조심하는 모습이다.
이달 초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행장 인선이 시작되자 우리은행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행장을 뽑는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로 인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예보 측 이사가 임추위에 들어가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다만 최 위원장이 지난 29일 작심한 듯 국내 주요 금융그룹 회장들의 연임 관행에 문제를 제기해 앞으로 있을 금융지주사 회장 인선에 정부 입김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 위원장은 "금융지주사는 CEO 선임에 영향을 미칠 특정 대주주가 없어 해당 CEO가 본인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논란이 있다"며 "만약 자기와 경쟁할 사람을 인사 조치해 대안이 없게 만들고, 자기 혼자 (연임을) 할 수밖에 없게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CEO의 중대한 책무를 안 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같은 최 위원장의 발언은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이 최근 연임하고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이 3연임 도전을 앞둔 상황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수장 인사에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금융지주 회장들의 독선적 행위를 금융당국이 두고 보지는 않겠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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